Stories: Fashion and Color Blue
옷을 선택할 때,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컬러. 매해 여름 패션계를 물들였던 블루 컬러의 강세는 올해에도 여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은 물론 더위에 지친 심신에 안정감까지 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블루라고 해서 다 같은 블루는 아니다. 무려 72종이나 되는 블루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으니. 여기 2023년 SS 컬렉션을 통해 우리가 ‘어떤 블루’에 주목해야 하는지도 함께 알아보자.
패션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데님 블루는 말 그대로 보통의 청바지 색이다. 에너제틱한 느낌과 함께 깊이감 있는 음영이 어우러져, 색이 옷의 디자인을 침범하지 않도록 밸런스를 유지해 주는 훌륭한 컬러다.
2020년을 강타했던 불었던 코발트 블루를 기억하는가? 이 컬러는 한 시즌을 통째로 점령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 인기가 높은 컬러다.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보랏빛이 포함되어 있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특징. 사파이어(Sapphire), 이집션(Egyptian) 블루도 같은 계열이라 보면 된다.
찌릿찌릿! 이름처럼 톡톡 튀는 존재감을 가진 일렉트릭 블루. 우리가 평소 접하는 블루보단 조금 따스한 온도감이 느껴지니 사계절 내내 활용이 가능하다. 블랙과 그레이 같은 무채색과 매칭하여 단조로운 색감에 포인트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
올해 CFCL의 SS 컬렉션에선 다양한 블루의 축제를 경험할 수 있다. 짙은 무게감의 옥스퍼드 블루와 화려한 터키석을 닮은 터키즈 블루, 심플하면서도 은은한 보 블루까지. 블루 덕후들에게 최고의 지침서가 되어줄 착장으로 가득하다.
휴양지의 황홀한 바다빛을 연상케 하는 카프리 블루. 그 어떤 블루보다 여름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입는 순간 온몸의 열기가 싹 가실 것만 같은 상쾌한 착장을 원한다면 주저 말고 이 컬러를 선택하라. 붐비는 인파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게 만들어 줄 것이니.
자고로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는 법. 거부할 수 없는 블루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들의 황홀한 고백.
Dior만큼 블루를 사랑하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 올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콜라보로 언급되었던 Dior과 ERL의 작업은 마치 바다의 피부를 이식해 놓은 것만 같은 모양새다. 일렁이는 수면의 무늬와 심해의 밀도 있는 색감이 출현하는 것은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블루를 개성 있는 소재들과 결합하여 강렬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2023 SS 컬렉션에 등장한 조아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ncelos)의 오브제는 어떠한가. 포근하면서도 웅장한 블루의 면모를 한껏 살려 설계한 패브릭 만화경은 존재만으로도 경이롭다. 무려 2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했는데, 과거 여성들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바느질과 뜨개질 기술을 이용해 여성성의 숨겨진 강인함을 표현해냈다.
2017년의 Dior은 자유와 희망의 상징인 블루를 내세워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 노동자들과 운동가들을 기리는, 뜻깊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블루톤의 컬러 팔레트로 전체적인 톤을 통일한 것과 데님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인상적. 푸른 아우라로 무장한 모델들의 당당한 위킹 속에서 부드러운 힘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비록 3년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Dior에 머물렀던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첫 번째 컬렉션도 블루의 흔적이 선명하다. 꽃을 사랑하는 브랜드답게 파란 델피니움으로 가득 채운 무대 디자인, 로열 블루(Royal Blue) 벨벳 드레스의 탄력적인 실루엣까지. 성공적인 데뷔란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준 멋진 컬렉션이었다.
모로코를 찾은 관광객의 지지를 한몸에 받는 마라케시의 마조렐 가든(Jardin Majorelle). 프랑스의 화가 자크 마조렐(Jacques Majorelle)이 1923년에 세운 이 정원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4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와 다양한 대륙에서 건너온 식물들 외에도 눈에 띄는 건 바로 파란 옷을 입은 정원 안의 별장이다. 주인인 마조렐이 특별히 개발한 이 마조렐 블루는 쨍한 코발트블루에 가까운 색인데, 이런 대형 건물에 적용된 사례는 처음이라 더욱 생경한 광경.
1980년, 재개발 위험에 처한 이 정원을 극적으로 구해낸 건 바로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이다. 시작은 우연한 발견으로부터 였지만,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가 결국 그를 사로잡고야 만 것. 이브는 “마라케시는 나에게 색을 가르쳐 주었다.”라는 극찬과 함께 사망 직전까지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창백한 푸른 점
“아득히 먼 곳에서 지구는 어떤 특별한 존재로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만은 다르다. 이 점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이게 여기다. 이게 고향이다. 이게 우리다. 이 위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 우리가 들어본 적 있는 모든 사람,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나갔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자신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 The Pale Blue Dot에서 지구에 대해 이렇게 서술한다. “모든 기쁨과 고통, 수 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들,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시작과 끝, 왕과 백성들, 사랑에 빠진 연인들, 세상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 이 모든 것들이 저 태양빛에 걸린 창백한 푸른 점 위에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바로 파랑이 가진 마지막, 그리고 가장 큰 힘이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