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Trends: Uniform Styling
패션쇼 훔쳐보는 것이 취미이지만, 여전히 또 취미로 즐기는 것은 해외축구 보기다. 어릴 적엔 소파에 누워 축구를 시청하는 아버지 옆에서 곁눈질로 봤다면, 지금은 손흥민 선수가 활약하면서 토트넘의 광팬이 되었다.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친오빠가 나를 위해 가져온 기념품은, '등번호 7번 토트넘 유니폼'이었다.
선물 받은 유니폼으로 한번 즐겨보라는 듯, 올해 패션 컬렉션에는 다종자양한 유니폼 스타일링, 스포티한 룩들이 풍성하게 등장했다. 종목에 구애받지 않는 스포츠 웨어와 하이패션의 영민한 조합. 운동할 때만 입으란 법은 없다. 어차피 이젠 멋 내려고 입는 사람이 더 많아질 터이니.
규칙적이란 말은 결국 지루함과 동일합니다.
지금의 구찌는 어떠한 질서도 규칙도 없다. 오직 무질서에서 오는 아름다움만이 존재한다. 백화점에서 비싼 돈 주고 산 화려한 원피스와, 할머니 옷장에서 갓 꺼낸 촌스러운 조끼를 함께 껴입는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정의해온 '완벽한 상태'를 깨부수는 불순수한 마음이 구찌에겐 있다. 부르주아들이 누리는 특권, '구찌'가 전 세계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아디다스'와 손을 잡아버린 것처럼.
이탈리아 최고급 명품브랜드 'GUCCI'와 스포츠 웨어의 대명사 'Adidas'의 협업이라니. GUCC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추진한 이번 2022 FW 시즌 컬렉션은 패션씬을 뜨겁게 달군 화제였다.
아디다스의 트레포일 및 쓰리 스트라이프는 구찌의 팬츠, 부츠, 셋업슈트, 티셔츠 유니폼 등으로 다채롭게 변모했다. 에너제틱한 레트로 프린트 위에 결합된 아디다스의 상징, 트레포일과 구찌 GG 모노그램. '화려함'과 '역동성', 완전히 상반된 두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합쳐지니 고급스러운 스포티 룩이 탄생했다. 이제는 구찌를 입고 고고하게 걸어갈 뿐만 아니라, 스트레칭 하고 펄쩍 뛰고 춤도 추고. 흥을 마음껏 뽐내도 그저 멋스러울 거다.
신인 걸그룹, '뉴진스' 정말 핫하다. 뉴진스의 노래 'attention'의 무대를 보면 jentestore 고객들이 알고 있을 만한 하입한 브랜드의 아이템들이 보인다. 컬러풀한 풋볼 티셔츠, 짧은 길이의 트랙팬츠, 그리고 코르셋 탑에 농구 팬츠를 입어주는 등. 요즘 유행하는 '유니폼 룩'의 정석이다. 청순한 긴 생머리를 흩날리며 '상큼한 스포티 스타일'을 개척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중에서도 뉴진스의 톡톡 튀는 스포티 무드를 위해 자주 활용한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MARTINE ROSE'다. 뉴진스도 마틴로즈의 풋볼 티셔츠와 레이싱 팬츠를 입었다. 모두 2022 SS 컬렉션에 포함된 아이템들이었다.
마틴 로즈에게 영감을 준 80,90 년대 레이브 파티 플라이어
‘케어프리 댄싱’, ‘얼라이브 위드 플레져’ 등 1980~90년대 레이브 파티 플라이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레이브 파티 플라이어는 클럽 주변 또는 길거리에서 클럽 홍보차 나눠준 판넬 같은 것이었다.
컬렉션은 그당시의 1980~90년대의 빈티지한 질감이 담긴 세트와 소품, 그리고 형이상학적이고 사이키델릭한 무드를 구현했다. 플라이어의 경쾌한 색감을 그대로 빼다박은 스포티한 아이템들이 유난히 매력적인 컬렉션이었다.
하이엔드 패션에서 '스트릿 브랜드 3대장'이라고 불리는 세 브랜드들이 있다. 물론 각자 정하기 나름이겠지만, 아무래도 그 세 브랜드의 수장들이 서로 절친한 사이라 이런 키워드가 붙은 것 같다. 아무튼, 보통 그들을 버질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Off-white)', 칸예 웨스트의 '이지(Yeezy)',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어 오브 갓(Fear of god)'이라고들 한다. '피오갓'이라는 애칭으로 많이 부르기도.
'시크한 그런지 룩'으로 국내에서는 지드래곤, 박재범, 로꼬, 쌈디 등 뮤지션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년의 Fear of God은, 심플한 무드에 스포티한 감성을 한 방울 떨어뜨린 모습을 보여줬다. 'BASEBALL'이라고 적힌 스웻셔츠에 포멀한 재킷이나, 카고 팬츠를 입힌 스타일링에 주목해 보길. 언뜻 보면 무난하고 미니멀한 룩이지만, 레터링 하나만으로도 쿨해져 버리는 마법.
내가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운동선수가 됐을 것이다.
디자이너 데이비드 코마(David Koma)의 가족들을 소개한다. 프로 테니스 선수인 형, 전직 체조선수인 어머니. 어릴 때부터 특정 분야에 안겨 살면, 영감의 원천이 정해진 거나 다름없겠다. 매 컬렉션마다 온갖 스포티한 장치들이 꾸준히 등장한다.
“프리미어리그에 있는 스포츠 웨어를 지극히 여성적으로 푸는 작업에 흥미를 느꼈죠.” 이번 FW 시즌에는 응원단의 힘찬 함성 소리와 함께 등장한 선수들, 아니 모델들이 있었다. 모델들은 하나의 끈끈한 스포츠 팀 마냥 당차게 걸어 나왔다. 스타디움의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스타디움 점퍼와 저지 셔츠, 그리고 럭비 스트라이프 티셔츠들이 제 빛을 발했다. 이렇게나 에너지틱한 룩들에 또 반짝이는 주얼리를 매치하다니. 계속해서 생각날 것만 같은 오묘한 스타일링이다.
운동할 때 입는 이런 기본 티. 다들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거다. 멋있게 꾸며 입기 어려운 옷이라고 생각했을지라도, 현실적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느껴질 터.
'운동복'스러운 간결한 디자인의 티셔츠. 여기에 레더 소재의 후드 베스트를 매치해 입체감을 살려주고, 유니크한 팬츠까지 더해보는 거다. 전반적으로 어둡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다면, 모노톤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스트라이프 머플러로 포인트를 줘보자. 신발 또한 무난한 운동화보단, 화이트의 깔끔한 부츠를 선택해 볼것.
"나는 꽃 같은 여성을 디자인한다."
'우아함'이라는 키워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가 무엇일까. 이 질문 하나라도 패션 좋아하는 사람들은 갑론을박할 터. 소신껏 의견을 전하자면, 나는 전쟁으로부터 억눌렸던 표현의 욕망을 '뉴룩'으로 한 번에 폭발시킨, 'Dior'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곡선을 강조하는 A라인, H라인, Y라인, 펜슬 스커트 등은 아주 로맨틱하면서, 사랑스럽고 또 우아하다.
우아한 선과 형태를 위하여 지금까지도 코르셋을 고집하는 이지Dior만, 올해 FW시즌에는 조금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기술의 진보에 따른 시대 변화에 앞서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뉴룩'에 도전했다. Dior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루이 (Maria Grazia Chiuri)는 컬렉션 발표 이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하여 입을 열었다. "그런 침공 이전에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전쟁을 겪었다. 그래서 어려운 시기에 아름다움과 미학을 포함한 보호용 패션을 탐구했다." 은 Dior몸이 좀더 편안할 수 있는, 기능적이고 스포티한 디테일을 가미했다. 풋볼 어깨 패드, 에어백 코르셋, 바이커 재킷, 그리고 레이싱 글로브 등.
"스포츠 이면의 아름다운 미학. 이것이 희석되고 있는 것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요즘 트렌드에 으름장을 놓듯 육중한 존재감을 뽐내는 브랜드, '에임레온도르(Aime Leon Dore)'. 창립자 테디 산티스(Teddy Santis)는 90년대 유년기 시절 영향을 받은 ‘그래피티’, ‘브레이크댄스’, ‘디제잉’, ‘농구’, ‘힙합’ 문화를 옷으로 풀어낸다. 특히 농구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래리 존슨’ 같은 이들이 캠페인 요소로 자주 등장할 정도다.
"스포츠 이면의 아름다운 미학. 이것이 희석되고 있는 것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들의 올해 FW 시즌 컬렉션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스킷볼 저지, 럭비 스웻셔츠, 등번호가 크게 적힌 바시티 재킷 등. 유니폼에 새겨진 엠블럼과 로고는 서브 컬처를 영위하는 '쿨함'을 대신 증명해 주는 기분 좋은 느낌이다. 스포츠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음에 품어볼 만한 브랜드인 것 같다.
마침 아디다스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온 요즘. 이보다 시기적절하며, 또 매력적이기까지 한 브랜드가 어디 있을까. 지난 2016 LVMH 프라이즈의 우승을 거머쥔 이후 꾸준히 70년대 바이브와 흑인 및 섹슈얼리티 등을 이야기하며 인상 깊은 행보를 걷고 있는 브랜드, '웨일스 보너(Walesbonner)'. 무척 소량 발매되기에 구매가 어려워 안달이라는, 팬층이 두터운 브랜드다.
아디다스와 서로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맺은지 벌써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알록달록한 컬러로 꾸려진 트랙 탑 및 트랙 팬츠를 비롯해 다양한 스타일의 자카드 니트웨어와 티셔츠, 삭스도 예쁘지만, 역시나 올해 여름에 출시한 아디다스의 컨추리(Country) 스니커즈가 눈에 띈다. Wales Bonner의 터치가 가미되어 스티치 디테일과 멋진 컬러웨이까지,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신발을 찾은 것 같다.
이렇게 입고 다닌다면, 축구는 모르긴 몰라도 분명 기분은 좋을 거다. 친구가 좋아하는 구단의 유니폼을 수집하는 것을 보고, 비싼 명품 하나 없더라도 그런 유니폼 하나 잘 입고 다닌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부러워한 적이 있다. 편안함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며, 심지어 숫자와 알록달록한 엠블럼으로 담백하게 시선을 끌며, 무엇보다 입는 사람이 누구보다 기분 좋게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세상에는 참 많은 축구 유니폼이 있지만. 보통은 땀 흡수력을 위해 재생 폴리에스테르가 함유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2020 SS, 안나수이에서 출시한 시어한 풋볼 유니폼은 남녀불문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니. 속이 비치는 메쉬소재는 톡 튀는 이너웨어와도, 캐주얼한 청바지와도, 혹은 키치하고 컬러풀한 액세서리와도 여과 없이 잘 어우러질 터. 나는 겨울이 되면 비비드한 목폴라, 그리고 숏패딩과 한번 입어보고 싶다.
진짜 고수들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옷을 매치하여, 스타일링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법. 스포티한 느낌이 가득한 유니폼 로고 티셔츠에, 아우터로 블레이저를 선택해 보는 거다. 여기에 귀여운 체크쇼츠와 롱부츠를 더하면 갑자기 캐주얼하면서 고급스러워진다. 느낌을 잘 살려줄 베이지 톤의 퍼 캡으로 포인트를 주고, 셔츠 디테일의 백으로 재미있는 위트까지 부여하면, 끝.
여기서 핵심은 속칭 '운동복'의 뻔한 이미지를, 평소에 즐겨 입는 데일리한 아이템과 매치해 반전 매력을 과시하는 것. 언밸런스한 스타일링이 오히려 쿨해 보인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