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예술 미묘한 애정전선 1편 (프라다, 로에베)

Stories: Fashion Loves Art


Stories: Fashion Loves Art

헤어지지 못하는 패션, 떠나가지 못하는 예술





“둘은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비슷한 듯 아주 다르기도 한데, 일단 끈질겨. 절대 안 헤어져.”

장수 커플을 연상시키는 패션과 예술, 이 둘의 미묘한 애정전선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 보자.



1.jpg ©Louis Vuitton



예술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이지 않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사치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둘의 이러한 속성이 아주 닮았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본인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자 손을 잡고 공생의 방법을 택하기도, 또 한쪽에서 열렬하고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붓기도 한다.


평소에 스치듯 지나쳤을 수도 있는 이 둘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PRADA와 LOEWE 그리고 Louis Vuitton 세 개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집중 조명한다.




PRADA: 기이한 미감과 무한한 자본이 뒤엉켰을 때


©PRADA



6월 19일 일요일 저녁(한국 시각 기준) PRADA 2024 SS 컬렉션을 공개했다.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것 같은 바닥 위에 모델들이 하나둘씩 당당히 발걸음을 옮긴다. 스테이지 옆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끄덩한 슬라임이 비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면서 모델과 관객 사이에 불투명한 막을 형성한다.


쇼가 펼쳐진 장소는 다름 아닌 ‘프라다 폰다지오네(Fondazione Prada)’. 이제는 밀라노에 방문했다면 필수로 들려야 할 곳 중 하나이다.



©fondazioneprada.org



“패션은 제 일이고, 저는 여기에 열정을 가지고 임합니다. 그러나 패션은 동시에 제가 진정으로 중시하는 예술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금전적 수단이기도 해요. Fashion is my job and I do it with passion but it is also the financial mean that allows me to dedicate time and energy to what is the most important to me: Art” – 미우치아 프라다 Miuccia Prada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들이 있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아이템을 들여다보는 일, 혹은 일주일 내내 기다려왔던 불금, 자연 속에서 즐기는 여유. 프라다에게 그것은 다름 아닌 예술이었던 것이고, 이를 위해 프라다 폰다지오네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예술이라는 사치스러운 취미


©fashionnetwork.com




프라다와 그의 남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Patrizio Bertelli)는 1987년부터 결혼생활을 이어오면서 아트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꾸준히 표현하고 있다. Artnews에서 선정하는 200 top collectors에 선정되기도 할 정도였다. 물론 둘은 처음부터 엄청난 컬렉터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소소했다. 1990년대부터 진정으로 좋아하는 작품을 그들의 거주 공간에 두기 위해 시작했던 것뿐이었다. 물론 이제는 프라다의 컬렉션에는 누구나 들어도 알만한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제프 쿤스(Jeff Koons),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마크 퀸(Marc Quinn),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등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


그 규모가 점차 확장되다 프라다 폰다지오네라는 ‘문화 기관 Cultural Institution’을 구축해 문화를 통해 일상을 이해하는 것을 소망한다고 말하고 있다. 동시대 예술을 적극 후원하고, 철학, 영화 등 예술 전반을 사회에 일념으로 2011년에서 2016년 사이에는 밀라노와 베네치아에 둥지를 틀었고, 이탈리아를 벗어나서는 상하이와 도쿄, 그리고 뉴욕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본인의 뜻을 전파하고 있다.




©archdaily.com, ©architizer.com


©fondazioneprada.org




1910년대의 술 창고를 개조해서 지어진 폰다지오네 프라다 밀라노는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이끄는 OMA(Office of Metropolitan Architecture)의 작품이다. 아트 갤러리를 비롯해, 퍼포먼스를 위한 공간, 카페 그리고 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도 포함되어 있다.


건물은 100만 년이나 된 돌에서부터 알루미늄 폼, 거울처럼 반사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대리석 바닥, 24캐럿 금박으로까지, 다양한 마감재로 완성되어 시선을 두는 곳마다 새로움을 선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운데이션 내부에 위치한 카페 ‘Bar Luce’는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 맡아서 디자인했다.



©fondazioneprada.org



그리고 현재는 과학 박물관 ‘Florence’s La Specola’과 함께 기이하고도 초현실적인 미감이 돋보이는 해부학 밀랍 인형 전시 ’Cere anatomiche (Anatomical waxes)’를 진행하고 있다.



8.jpg
9.jpg
©e-flux, ©Fondazione Prada, ©CRASH Magazine



건물 안에 숨어있는 작품만큼이나 건물 그 자체도 작품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치밀한 계획은 프라다라는 마스터 마인드의 것이다. 얼마나 예술에 진심인지, 예술덕후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변태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LOEWE: JW 앤더슨이 정의하는 진정한 럭셔리


©LOEWE, ©vogue.com



작년 삼청동이 북적였던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한 전시 때문이었을 것. 바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2022년 LOEWE 재단 공예상’. 정다혜 작가가 말총공예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고 6,800여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올해 제6회 공예상 전시는 뉴욕에서 진행되었다.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과 프랜 레보위츠(Fran Lebowitz)가 이번 연도 수상자인 에리코 이나자키(Eriko Inazaki)에게 상을 직접 전달했다.



11.jpg ©fashionnetwork.com
©LOEWE



공예상은 ‘로에베 파운데이션 LOEWE Fondation’에서 지원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의 기획하에 2016년부터 매년 수여한다.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등한시되기도 했던 공예와 이를 제작하는 장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쏘기로 한 것이다.


상의 목표는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공예의 미래를 이끌어갈, 즉 럭셔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장인을 발굴하는 데 있다고 한다.



©LOEWE





한 땀 한 땀 빚어낸 역사


LOEWE 파운데이션은 정확히 1988년 LOEWE가의 4대손 Enrique Loewe Lynch에 의해 설립되었다. 재단을 통해 예술성 및 창의성을 장려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후원하며 문학과 사진, 예술과 공예 전반의 유산을 지켜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방대한 목표의 중핵에는 장인정신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LOEWE




LOEWE는 왜 이와 같은 장인 정신과 공예를 중시하는 것일까? 이들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면 알 수 있다. LOEWE도 1840년대 마드리드의 뒷골목에 위치한 대규모 가죽 공방에서 장인들의 손길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조나단 앤더슨은 LOEWE에 합류하기 전부터 공예상에 대한 혼자만의 꿈을 꾸고 있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실제로 공예품 수집광이며, 공예품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 역시 2012년도에 British Fashion Award for Emerging Talent를 수상한 바 있는데, 이러한 본인의 경험이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하면서, 예술가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제도를 나름대로 구축해 본 것이다. 사회 환원적인 목적으로 말이다.



15.jpg ©ELLE


©artbasel.com

JW 앤더슨의 집에 보관하고 있는 소장품



앤더슨에게는 퍼즐백이 몇 개 팔렸는지 보다도,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심사에 지원했다는 것이 그를 더욱 가슴 뛰게 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지원서를 일일이 출력해 직접 모니터링한다고까지 밝혔다.


2편에서 계속.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entestore 바로가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드리스 반 노튼이 백 번의 컬렉션을 넘어 롱런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