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Fashion Loves Art
LOEWE의 공예적 특성은 이번 2023 FW 컬렉션에서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망치로 내리쳐서 모양을 가다듬은 듯한 메탈 자켓부터 가지런히 갠 빨래처럼 보이는 가죽 튜닉까지. 어쨌든 앤더슨의 머리에는 공예로 가득 찼음이 틀림없다.
이것은 우리가 올해 진행하는 많은 프로젝트 중 일부입니다, 그러나 패션과 관련된 일이 아니기에 가장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죠 It’s just one of many projects we are doing this year, But it’s the one that means the most, because it’s not about fashion -조나단 앤더슨
이뿐만이 아니다, LOEWE의 23 FW 컬렉션의 얼굴로 구정아 작가와 세계적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를 내세운 것도 예술에 대한 LOEWE의 관심을 알리는 지표가 될 것이다.
이제는 잔디 신발을 신는다고, 한쪽 가슴을 안스리움으로 장식한다고, 마인크래프트 옷을 입는다고 손가락질하지 마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운데이션 루이 비통 Fondation Louis Vuitton’은 2014년에 개관한 사립 미술관이자 문화 재단이다. LVMH 그룹과 프랑스 정부가 뜻을 모아 기획했으며 프리츠커 수상자인 캐나다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가 이러한 구상을 실현했다.
볼로뉴 숲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3,600여 개의 커다란 유리 패널로 구성된 돛단배 형상의 Fondation Louis Vuitton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예술과 문화를 나누고자 하는 뜻으로 지어졌다. 동시대 및 모던 아트를 전시하기도 하며, 퍼포먼스를 비롯한 필름 상영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Maison Louis Vuitton Seoul
Fondation Louis Vuitton을 비롯해 동시대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Espace Louis Vuitton은 도쿄, 뮌헨, 베네치아, 베이징, 오사카에 자리한다. 국내에는 청담의 Maison Louis Vuitton Seoul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랭크 게리의 국내 첫 건축물로, 수원화성과 동래학춤에서부터 모티프를 따왔으며, 파리에 위치한 파운데이션과의 형태적 유사성을 놓치지 않았다. 개관전으로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조각들을 선보였으며,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앤디 워홀(Andy Warhol) 전시에 이어 요즘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인 알렉스 카츠(Alex Katz)의 작품까지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시장 등을 통해 루이비통의 미술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보다도 루이비통과 예술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루이비통과 아티스트가 함께 진행하는 콜라보에서부터다. 화젯거리를 몰고 다니는 아티스트라면 무조건 루이비통의 눈에 든다.
여태까지 콜라보를 진행한 작가들을 나열하려고 이와 같은 협업관계는 100년도 더 넘었으니 끝이 없다. 신디 셔먼(Cindy Sherman),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 제프 쿤스,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다니엘 뷔렌(Daniel Buren) 등등… 더불어 매해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Louis Vuitton의 상징적인 모델인 카퓌신 백을 아티스트만의 화풍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인 아티카퓌신(Arty Capucine)을 진행한다. 작년에는 박서보 화백과 함께 했다.
덧붙여, 재단에서는 출판 활동도 겸하고 있다. 패션 포토그래퍼의 시야에 담긴 한 나라 혹은 도시를 촬영한 사진을 엮은 책- Louis Vuitton Fashion Eye 시리즈를 펴낸다. 현재는 회현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사라 반 라(Sarah van Rij)의 ‘Fashion Eye Seoul’를 전시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이와 같은 행보를 통해 Louis Vuitton 재단을 설명하는 단 한 줄 ‘아트 프로모션 Promotion of Art’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는 듯하다.
piknic 전시장 현장
각설하고,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협업은 다름 아닌 땡땡이와 호박으로 잘 알려졌으며, 현존하는 여성 작가 중 옥션에서 작품이 가장 고가에 거래되기도 하는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와의 콜라보다. 루이비통과 아흔네 살의 화백이 다시 손을 맞잡은 것은 무려 10여 년 만이다.
파리 샹젤리제에 위치한 Louis Vuitton 부티크
도쿄, 뉴욕 5번가
루이비통은 왜 끊임없이 예술로 손을 뻗을까? 아마도 작가들의 이러한 예술적 창의성을 브랜드의 제품과 경험에 녹여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각적 표현을 탐구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는 단순히 긴 역사를 지닌 고가의 패션 브랜드가 아닌,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로의 도약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밤낮 없이 건물에, 유리창에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는 쿠사마 야요이를 보고 있노라면 (미술계에서 그의 생사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많은 사람이 있는 가운데) 왠지 모를 찝찝한 감정이 따라온다.
무언가를 타인과 함께 이루는 일은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둘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순간 틀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아트와의 상생, 아트 콜라보를 단순히 ‘좋다’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인데, 일례로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와 조안 미첼(Joan Mitchell)의 특별전을 개최한 후 조안 미첼의 작품 세 점 이상을 별도의 허락 없이 캠페인의 배경에 포함했다는 이슈가 있었다.
미첼의 원작 “La Grande Vallée XIV (For a Little While),” 1983
조안 미첼 재단 측은 작가의 작품이 교육적 목적 이외의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모두 거절하고 있는데, 이러한 재단의 뜻을 존중하지 않고 무단으로 작품을 캠페인에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크게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루이비통 브랜드와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간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좋을 것이라고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이외에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숨죽이고 있을 것이다. 단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몇 가지 질문에 종착한다. 예술이 패션과 손을 잡을 때 과연 그 가치가 하락할까? 아니면 역으로 브랜드의 명성에 기대어 상승할까? 상업의 영역인 패션과 (패션에 비해 비교적) 비영리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예술의 상관관계는?
위에서 집중적으로 언급한 세 개의 브랜드- PRADA, LOEWE, Louis Vuitton 외에도 재단을 운영하거나, 예술가를 후원하거나, 이들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하는 패션 하우스는 무수히 많다. Hermès, Cartier, GUCCI, CHANEL, Dior, CELINE, Raf Simons 등등…
Hermès에서 운영 중인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진행한 정금형 개인전 (2016)
Dior Lady Art #6
럭셔리 브랜드가 문화재단을 설립하거나 이와 비슷한 행보를 유지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차별화, 가치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문화 영역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브랜드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대중에게 더욱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문화와 예술을 지원하며 문화적 유산을 보존하기 위함일 것이다. 결국 패션도 예술이라는 큰 범주 내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예술의 창조성 및 장인 정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JW 앤더슨이 말했듯, 럭셔리의 미래를 조각해 나가는 일과 밀접하기 때문.
마지막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함 때문일 것인데, 이는 역시 첫 번째 두 번째 목적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유명 브랜드의 스토어에 나의 작품이 깔린다면? 가격적 측면과 물리적 측면에서 대중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설 기회이자, 집에 걸어두고 감상할 수 있는 미술품과는 다르게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일 것이다. 나의 작품이 길거리를 활보한다는 짜릿한 상상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물론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오히려 작가에게는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리스크를 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패션과 예술은 장기 연애를 한 커플의 모습 같달까? 서로에게 빛을 비춰주기도 했다가, 잠깐 아픈 이별을 맛보기도 했다가, 결국에는 필연적, 혹은 운명적으로 다시 서로를 끌어안는 관계. 결국 패션과 예술 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는 좋고 나쁨으로 무 자르듯 단순히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판단은 오롯이 여러분의 몫!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