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반짝 빛나는, 실버 (하지메 소라야마, 비욘세)

Stories: Fashion and Color Silver


Stories: Fashion and Color Silver

시간과 함께하는 색





케미 맛집, 실버와 인체



실버는 인체의 실루엣을 만났을 때 극강의 케미를 발한다. 섬세한 몸의 굴곡이 다채로운 광택을 만들어내고, 매끄러운 질감이 마치 피부의 음영처럼 오묘히 빛나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해 낸 아티스트는 일본의 ‘하지메 소라야마’(Hajime Sorayama). 최근엔 더 위켄드(The Weeknd)의 뮤비와 앨범 작업에 참여하여 화제를 모았었는데, 그 외에도 Dior과 Juun.J, MIZUNO, STUSSY 등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 화려한 이력이 있다.



ⓒsorayama.jp



본래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그는 1963년, 핀-업 아트와 로봇을 결합한 컨셉의 ‘Sexy Robot'이란 화집을 출판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신선한 접근과 감각적인 화폭, 뛰어난 기술이 한 데 어우러져 예사롭지 않은 하지메의 실력을 전 세계에 입증한 계기가 되었다. 워낙 퓨처리즘(Futurism)적 무드가 강해서 오히려 세월이 지날수록 더 큰 주목을 받는 듯 하다.


데뷔 이후 40년 동안 일관된 화풍으로 꾸준히 활동 중인 소라야마. 그의 빛나는 에로티시즘(Erotism)은 시대를 불문하고 궁극의 미적 충족감을 안겨줄 만한 훌륭한 컨셉이다.



ⓒartsy.net

소라야마의 Sexy Robot 초판본



하지메의 매력에 한껏 취해있었을 때, 무적의 핀터레스트 알고리즘이 알려준 또 다른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일본의 뉴 웨이브 아티스트인 준 토가와(Jun Togawa)와 주얼리 브랜드 YVMIN.


준 토가와는 일본의 비요크(Bjork),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라 불리며 전위적인 연출과 개성 있는 음악을 선보였던 뮤지션이다. 그녀는 1987년, 앨범 레이더 맨(レーダーマン)의 프로모션에서 로봇 팔을 탑재한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와 강렬히 대비되는 은빛 로봇팔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인상적인 컨셉이었다.



10.jpg ⓒunderground-england.com



YVMIN은 베이징을 기반으로 한 주얼리 브랜드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장식을 위한 액세서리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신체적 장애로 20년 동안 의족을 찼던 중국의 모델인 샤오 양(Xiao Yang)에게 새 의족을 제작해 주었던 것. 항상 의족의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았던 샤오가 YVMIN의 기발한 러브콜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YVMIN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고, 위트 있는 디자인의 주얼리 제품까지 함께 알려져 여러 셀럽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너무나 세련되고 현대적인 스타일의 의족 작품들에서 매혹적인 실버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될 것.



ⓒvogue.com
ⓒcoeval-magazine.com, ⓒmetalmagazine.eu



하지만 무엇보다 실버가 가진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건 바로 애플(APPLE)의 실버 제품들이다. 현재는 스페이스 그레이와 선두를 앞다투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은은한 빛깔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실버 컬러는 애플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색의 구성과 적용, 완성과 검수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는 걸 절약하기 위해 그냥 샘플의 색이었던 실버를 그대로 제품에 적용했다는 썰도 있으나, 확실한 건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게 다 후광 효과인진 모르겠지만.



ⓒfortune.com






Fashion In Colors: Silver


실버 하면 은갈치룩이 떠올라 얼굴부터 찌푸리는 모든 이들이여, 여기에 주목하자. 그대들의 편견을 싹 바꾸어 줄 주옥같은 룩과 아이템이 차곡차곡 준비되어 있으니. 섣불리 도전하기 어렵다면, 한 스텝씩 차례로 추가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STEP 1: 주얼리


2023년 가장 강력한 트렌드 중 하나인 실버 주얼리. 골드의 화려한 맛도 좋지만, 심플하고 시원해 보이는 느낌을 주기엔 역시 실버가 딱이다. 올해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 겨울까지도 실버의 강세는 계속될 예정이니 지금 당장 서랍을 열어 마땅한 게 있는지 체크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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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AIRE 2023 SS

ⓒvogue.com

LaQuan Smith 2023 FW, Tory Burch 2023 FW



은빛으로 빛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올해엔 좀 더 무게감 있는 액세서리를 선택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려야 한다. LEMAIRE의 미니멀한 이어 커프나 LaQuan Smith의 볼드한 이어링, Tory Burch의 클립형 이어링이나 스네이크 실루엣 뱅글처럼 과감한 디자인도 좋다.



emanuele bicocchi 2023 SS

ⓒfacesmgmt.com

emanuele bicocchi 2023 FW



남성도 마찬가지다.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된 스컬과 크로스 펜던트가 인상적인 emanuele bicocchi의 브레이슬릿과 시그니처 이어링, AMBUSH의 빅 사이즈 이어링은 어떤 착장에든 포인트로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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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USH 2023 RESORT, AMBUSH 2023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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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2: 슈즈 & 백


주얼리가 은근한 잽이라면, 슈즈와 백은 좀 더 힘을 실어 날리는 스트레이트 펀치다. 손과 발끝에 빛나는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센스 있는 패션피플로 거듭날 수 있으니 말이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6월 5일 발매된 Adidas x Wales Bonner의 실버 삼바(SAMBA)가 1초 만에 매진된 걸 보면 말이다.



ⓒhighsnobiety.com



이에 더해 CHANEL과 DIESEL 2023 SS의 실버 슬링백, GIVENCHY의 뮬, Proenza Schouler의 FW에선 레더 팬츠에 실버 슈즈를 매칭하는 착장까지 선보임으로써 이 은빛의 인기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DIESEL 2023 SS, CHANEL 2023 SS

ⓒvogue.com

GIVENCHY 2023 SS, Proenza Schouler 2023 FW



왠지 코디가 어려울 것 같아 꺼려지는 게 실버백. 하지만 고민은 시간만 버릴 뿐, 당신의 망설임을 싹 물리쳐 줄 컬렉션이 대거 등장했다. GUCCI는 시그니처인 재키 1961에, BOTTEGA VENETA 역시 시그니처인 인트레치아토 백에 화려한 은박을 입힌 것. 클래식, 빈티지, 캐주얼 어느 무드에도 생각보다 잘 녹아드는 것이 바로 실버백의 매력이다.



ⓒvogue.com

GUCCI, BOTTEGA VENETA 2023 FW






STEP 3: 실버를 입기


자, 이젠 어퍼컷이다. 살며시 풍기는 멋보다 제대로 된 한방이 필요하다면 상의나 하의 중 하나를 실버 아이템으로 선택하거나, 더욱 과감하게 실버 드레스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꼭 화려한 파티가 아니어도 괜찮다. 당신을 만족시킬 다양한 아이템들이 실버를 보다 더 웨어러블한 컬러로 만들어 줄 것이기에.



ⓒvogue.com

Paco Rabanne 2023 SS



2023의 Paco Rabanne은 아무래도 실버와 단단히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소재와 실루엣으로 은빛의 아름다움을 선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플로럴한 상의에 매칭한 실버 팬츠와 화이트 니트에 함께한 실버 스커트를 시작으로 온몸을 찬란하게 감싼 올 실버 룩까지. 얼핏 보기엔 부담스럽지만, 막상 걸치면 주변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매력. 그것이 바로 실버의 유혹적인 면모다.



Paco Rabanne 2023 Pre-Fall

ⓒvogue.com

Paco Rabanne 2023 FW


Paco Rabanne 쇼핑하기





감각적인 이탈리아 브랜드 THE ATTICO도 실버 군단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거대한 실버 장식으로 눈길을 끈 탑과 스커트, 빅 사이즈 스팽글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드레스가 기억 속에 잔상으로 남는다. 그만큼 실버 컬러가 대단한 존재감을 갖는다는 이야기.


액세서리와 마찬가지로 실버 착장의 트렌드도 내년까지 이어진다. 2024년을 겨냥하여 BALENCIAGA와 DIESEL이 선보인 드레스와 셋업을 잘 눈여겨 봐둘 것.



THE ATTICO 2023 RESORT, THE ATTICO 2023 FW

ⓒvogue.com

BALENCIAGA 2024 RESORT, DIESEL 2024 RESORT





STEP 4: 은발의 힘


유명 셀럽들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래리 킹 살롱(Larry King Salon)의 마스터 제임스 프라이스(James Pryce)는 GLAMOUR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은발의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 언급했다. 신비롭고 시크한 매력을 모두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멈추지 않는 인기의 이유.



ⓒmarieclaire.com




하지만 굳이 인위적으로 색을 입히지 않아도, 은발은 언젠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거쳐가야 할 머리색이다. 자연스레 빛바랜 머리칼은 나이에 걸맞은 스타일리시함을 뽐내기에 가장 좋은 무기. 짙은 염색으로 가리기보단 있는 그대로의 은발을 고수하는 중년 스타들의 모습이 참 멋지다.



ⓒstylight.ca



은발의 위력은 애니메이션에서도 그 진가를 드러낸다. 어리숙한 미소로 막강한 능력을 숨기는 힘숨찐 캐릭터나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마스터급 쌘캐는 대부분 은발이다. 추억의 애니 카드캡터 체리의 청명군과 요새 핫한 2D 남친인 주술회전의 고죠 사토루, 게다가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는 드래곤 볼까지. 얼마 전 최종 각성을 마친 ‘무의식의 극의’의 손오공도 찬란한 은발로 나타났다는 소식이다.



ⓒmyanimelist.net





별빛처럼 반짝이도록


실버에 대한 정보들을 충분히 습득한 당신. 고지가 눈 앞이다! 과연 셀럽들은 실버 아이템들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행동에 돌입하기 전 실전을 차분히 살펴보며 자신만의 실버룩을 구상해 보자.


올해 5년 만의 단독 월드투어인 르네상스(Renaissance World Tour)에서 다양한 실버 의상을 선보인 비욘세(Beyoncé). 관객들의 기대치가 최고점에 달한 만큼, 의상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인 건 SS 시즌의 트렌드 컬러인 실버룩들. JACQUEMUS와 Stella McCartney, paco rabanne, Courrèges, BALMAIN까지 여러 브랜드가 의기투합하여 무대 위의 그녀를 별빛처럼 반짝이게 만들어 주었다.



ⓒwmagazine.com




시크한 은발과 함께 다채로운 실버룩으로 우리들의 도전 정신에 불을 지폈던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 그녀의 매력 포인트인 바디라인이 잔잔한 광채를 만나 유니크한 분위기로 다가온다.



ⓒvogue.mx, ⓒthe-sun.com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모델 켄달 제너(Kendall Jenner)는 Khaite와 PRADA, Dior의 실버백을 선택했다. 모노톤의 착장에 정말 잘 어울리는 아이템. 자칫하면 단조로워질 위험이 있는 슈트핏엔 그 어떤 액세서리보다 훌륭한 기능을 발휘한다.



ⓒvogue.fr, ⓒelle.com.au




지지 하디드(Gigi Hadid)는 진과 함께한 캐주얼 아웃핏에, 마고 로비(Margot Robbie)는 올 레드 투피스 핏에 모두 실버 슈즈를 매칭하였다. 캐주얼한 의상엔 오히려 특유의 메탈릭함이 부각되고, 강렬한 색감엔 생각보다 튀지 않고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게 인상적이다.


또한 사라 해리스(Sarah Harris)와 마사 헌트(Martha Hunt)처럼 실버 팬츠에 무채색의 상의를 걸친다거나, 드레스를 레이어드 하여 실버의 통통 튀는 매력을 적당히 중화시켜 준 코디도 실전에 적용해 볼 만하다.



ⓒharpersbazaar.com, ⓒwhowhatwear.com



세상에 홀로 반짝이는 것은 없다. 적당한 빛과 적당한 어둠. 마지막으로 그걸 발견해 내는 누군가의 시선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셋이 적절한 타이밍에 맞물렸을 때, 비로소 마음껏 반짝일 수 있게 된다. 밤하늘의 별처럼, 햇살을 머금은 잔잔한 수면처럼, 불현듯 찾아와 당신을 미소 짓게 하는 어떤 기억처럼.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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