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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ul 21. 2023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어가요 1편

Stories: Fashion and Color Pink


Stories: Fashion and Color Pink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어가요





온 세상을 핑크로 물들이겠다! 올해의 핑크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모습이다. 2023의 컬러 비바 마젠타(Viva Magenta)로 시작해 발레코어(Balletcore)와 바비코어(Barbiecore)까지, 트렌드의 중심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핑크의 이야기들.





그대에게 핑크란?


세계적인 색채 전문 기업 팬톤(Pantone)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는 바로 비바 마젠타. 가장 오래된 천연염료 중 하나인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빨강 빛에서 영감을 받은 색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색은 레드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핑크에 더 가깝다. 흔히 떠올리는 레드의 원색적인 강렬함보단 핑크의 따스함, 아이들의 발그레한 볼이나 거리에 피어난 봄꽃의 싱그러움을 닮아있기 때문이다.



ⓒwebflow.com




한편 핑크는 인간의 편견 속에서 오랜 시간 속앓이를 해오던 가여운 색이기도 하다. 여자는 핑크, 남자는 블루라는 용납할 수 없을 이분법 속에서 아이들은 차츰 본성을 잊어갔고 그 여파로 분홍 가방이나 옷을 착용한 남자아이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맘만 먹으면 무엇이던 해낼 수 있는 21세기 최첨단의 정점 아닌가. 핑크는 이제 차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본디 로맨틱하고, 장난스러운, 야릇하고 꽁냥꽁냥한 색의 상징으로서 말이다.



ⓒwww.thefashionisto.com

Valentino 2022 FW 



오히려 20세기 중반의 서양에서의 분홍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혹은 오히려 더 남성적인 색상으로 간주되었다. 분홍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자유로이 즐길 수 있던 시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문화의 진화와 함께 이 색은 어울리지 않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1970년, 본격적으로 동성애자들의 권리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 많은 문화 예술인들은 핑크를 메인 컬러로 채택하며 그들의 자유로움을 증명하였다. 오랜 시간 젠더들의 사이에서 방황하던 핑크가 결국, 이 모두를 아우르는 포스트 젠더(Post-Gender)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것. 드디어 핑크는 무해하고 귀엽고, 달콤하며 순수한... 그 뻔한 억눌림 속에서 빠져나와 드디어 자신만의 힘을 갖게 되었다. 오, 아름다운 핑크여!



ⓒthepinknews.com







나만의 핑크를 찾아


핑크는 죽지 않아


“핑크의 문화적 상징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독일 출신의 아티스트 바바라 네미츠(Barbara Nemitz)는 핑크를 활용한 여러 그림을 연구한 끝에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다. 일본에선 저무는 벚꽃, 즉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 속에서 목숨을 잃는 사무라이를 빗댄 애절한 색인 반면 유럽에선 밝고 부드럽고, 평화로운 색이라 인식되어 있기 때문. 그렇기에 여러 아티스트들이 분홍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지켜보는 것도 색 자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ukiyo-e.org

요시카와 칸포, 밤의 벚꽃 - 마루야마 공원(1925) 

ⓒartsy.net

폴 고갱, 해변에서 말타는 사람들 II(1902)



적막하고 공허한, 하지만 맹렬한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 추상표현주의가 점령했던 1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엔 잠시 주춤했으나 1960년대부터 팝 아트의 힘을 빌려 다시 번성한 색이 바로 핑크다. 이는 1990년대 디지털 미학의 시대까지 이어졌고, 이제 현대 미술에선 제외할 수 없는 색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여러 아티스트들은 핑크로 시대의 관습과 편견을 전복시키려 하며, 막연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일깨우고, 젠더의 정치 간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직시하며 날카롭게 비판한다. 현대 예술에서의 핑크는 곧 원동력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artsy.net

앤디 워홀, 페리에(1983)






반드시 에로틱할 것, 핑크 필름(Pink Film)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일본 영화 시장을 지배해 온 핑크 필름. 이는 에로틱한 요소를 포함한 장편 작품을 칭하는 용어이긴 하나, 저속한 B급 영화나 일반 포르노물하고는 차원이 다른 높은 작품성을 가진 영화들이다. 에로틱함은 물론, 심미적이며 예술적인 지점마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newsinfrance.com

마스무라 야스조(Masumura Yasuzo), <문신>의 한 장면



핑크필름은 영화계 진출을 희망하는 독립 영화인들에겐 일종의 기회였다. 300만 엔의 저예산, 평균 3일이라는 지정된 조건하에서 정사 장면과 여배우의 노출 횟수만 충족시키면 어떤 내용이던 제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꿈 많고 가난한 영화인들은 이런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만의 창작 욕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 세계 영화 수입업자들은 에로틱한 ‘예술영화’라는 딱지를 붙여 관객들의 이목을 끌어 무난히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기에, 당시 일본 영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데에 중요한 계기로서 작용했다.



ⓒimdb.com

다나카 노보루(Tanaka Noboru), <실록 아베 사다> 



현재 유명 감독으로 칭송받는 <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Suo Masayuki)나 <실낙원>의 모리타 요시미츠(Morita Yoshimitsu), <큐어>의 구로사와 기요시(Kurosawa Kiyoshi) 역시 핑크 영화 출신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대체 불가한 그들의 뛰어난 감각이 악랄한 조건을 뚫고 세상에 나와 빛을 본 셈이다.



ⓒjapantimes.co.jp

구로사와 기요시(좌), 모리타 요시미츠(우) 






핑크 캐릭터는 참을 수 없어


전 세계 영유아는 물론 청소년과 다 큰 어른이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는 핑크 캐릭터. 핑크 팬더(Pink Panther)와 별의 커비(Kirby)는 그중에서도 톱이다.


분홍색 표범인 핑크 팬더는 잘못된 표기로 인해 ‘저게 팬더야?’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는데 사실 올바른 명칭은 팬더(Panda)가 아닌 펜서(Panther)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메인 테마는 전주만 들어도 바로 알아챌 만큼 마성의 흡입력을 갖고 있는데, 핑크 팬더 시리즈 외에도 여러 영상물에서 자주 쓰일 만큼 인기가 좋다.



ⓒlatimes.com



실제로 존재한다면 납치를 해서라도 갖고 싶은, 극도의 소유욕을 유발하는 별의 커비. 커비는 닌텐도의 게임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상대방의 능력을 흡수하는 것 외에도 공기를 한껏 마셔 풍선처럼 둥둥 뜨거나, 말랑말랑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가끔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주는 의외의 폭력적인 면도 있는 반전의 캐릭터다. 이렇게 막강한 매력을 가진 핑크 말랑이를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커비는 그저 푸푸푸랜드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할 뿐이다.



ⓒte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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