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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위로

일본 홋카이도(북해도) 여행기(1) - 출발

by JeO

오랜만에 쓰는 나의 첫 글자들은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활자를 더듬어 기억을 써내려가기로 했다.

지쳐있던 시기에 떠났던 일본의 홋카이도.

홋카이도를 가게 된 이유는 꽤나 단순했다. 생계를 위해 할 수 밖에 없던 일에 지쳐있었고, 그 일이 끝나자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었다. 남의 이야기를 쓰고 있던 내 시나리오에 지쳐있었고, 앉아있거나 가만히 서 있거나 극단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 현장에 지쳐있었다.


지금도 이렇게 글주변없이 쓰고 있지만 2016년 12월에 나는


설원이 보고 싶었고,

다른 영화가 보고 싶었고,

걷고 싶었다.


그래서 2주 뒤의 티켓을 예매했고 설원하면 생각나는 곳은 가보지도 알아본적도 없는 삿포로였다.

계획없이 하는 것을 싫어했던 나에게 너무나 막연한 곳이었고, 출발 일주일 전이 되서야 급하게 인터넷과 서적을 뒤적거렸다. 그렇게 불똥이 떨어졌던 이유는 친한 동생 B의 합류였는데, 자유로운 여행이라 하였지만 급작스러운 책임감이 한켠에 자리잡아서였는지도 모른다. 이 책임감은 해방에 대한 욕구와 충돌하고 있던 즈음이었는데 유튜브가 자취방에서 의미없는 노래들을 반복하고 있을때 한 화면이 사로잡았다.

혁오의 <공드리>. 그들은 눈이 쌓여있는 영상을 조심스럽게 읊고 있었다. 나도 그들의 소리와 영상에 스며들었고 여행의 기대감은 다시 차오르고 어느 새 떠나는 날이 되었다.



B는 대학교 후배이자 영화 촬영팀을 하며, 나와 같이 일도 꽤 하고 있던 친구였다. 그때의 B는 니콘 D90이라는 꽤 오래된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고, 그에 욕심이 생긴 나도 캐논 5D mark II를 렌탈하여 가기로 했다. 영상을 해왔지만 사진은 제대로 찍어본적 없는 우리였지만 여행의 기대감은 뭐든 되겠지라는 자신감을 마련해주었다. 나는 연초에 구매하고 두컷밖에 찍어보지 않은 낡은 중고의 필름카메라도 챙겼다. 하지만 북해도에 도착한 첫 사진은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찍은 핸드폰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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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시골의 겨울 풍경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여행의 필터는 이러한 풍경마저도 이국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설레는 활공이 끝나고 우리는 남은 여행의 계획을 위해 서두르게 움직였다. 입국수속을 하고 짐을 찾고 교통패스를 구매하였으며 기차를 타러 바삐 움직였다. 3시간 30분의 비행속에서 급하게 공부했던 일본어 회화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생각보다 친절한 한국어와 영어로 된 표지판으로 신치토세 공항에서 신 치토세 역으로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늦은 저녁에 도착해 삿포로 클래식 맥주 한 캔씩 사들고 첫 번째 행선지인 하코다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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