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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특별한 '하루'에 대해

Scene 1. 어바웃 타임(About Time) - 리처드 커티스

by JeO
퇴근길 (출처 : instagram @2soom_toon)

인생 첫 해외여행을 앞둔 2013년 겨울에 평소 존경하던 교수님을 찾아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인생의 새로운 경험을 앞두고 그 분의 지혜가 더해지면 편안함이 찾아올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온기가 내려앉은 바깥과는 다르게 따스하게 맞이해주셨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어린 나이에도 인생에 대한 막연함과 감정이 앞선 인생의 태도에 걱정만 있었던 때였다.

그때 은사님이 조용히 나의 고민을 듣고 두 편의 영화를 추천해주셨다. 그 중의 한 편은 여행을 가기 전

꼭 보고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출국 전 새벽에 보게 된 영화가 '어바웃 타임'이었다.



어바웃 타임 (리차드 커티스, 2013)

대학원까지 영화를 전공했던 필자는 수많은 만남과 자리에서 항상 나오는 주제가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인생 최고의 영화는 무엇인가?'


이러한 주제가 나올때면 다양한 영화와 감독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는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봉준호, 박찬욱 감독 뿐 아니라, 크리스토퍼 놀란, 라스 폰 트리에, 첸카이거 등 마치 누가 더 심도있게 영화를 보느냐, 어느정도로 상징적이고, 예술적이며, 영화 역사에서의 기념비적인 업적을 가지고 있는 영화나 영화인들을 이야기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가끔은 얼마나 길고 어려운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에 신경전을 벌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이야기가 오갈 때는 영화를 전공했던 이들이건 전혀 관심이 없어하는 이들과 있어도 나는 변함없이 이 작품을 이야기한다.

그게 이렇게 영화에 대한 첫 글을 남기는 것도 이 작품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하루의 시작은 불확실성과 함께 피어오른다. 매일을 여는 시간과 풍경들은 누구나에게 다르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기대와 걱정이 앞서는 건 공평하게 주어진다. 이 영화의 주인공 '팀'에게도 매일 같은 하루가 주어지고 반복되진 않아도 유사한 하루가 이어지게 된다. 조금 다른 건 자신에게 어떠한 순간을 다시 살게 되는 능력이 있다는 것.


이 영화를 접하는 이들은 위의 포스터와 보다시피 로맨틱 코미디라는 이미지가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하지만 '팀'의 하루들을 함께 곁에서 따라가다보면 수없이 스쳐가는 많은 일상의 장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일상은 우리의 일상과 많이 닮아있고,

하루를 되돌린다한들 우리는 같은 하루를 마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타임루프물이 가져가는 시간에 대한 고찰은 평범한 하루에 대한 감사함으로 변모하게 된다.

연인과 가족, 평범한 관계의 특별함으로 이 영화의 파도와 같은 메세지를 써내려간다.



어바웃 타임 (리차드 커티스, 2013)

We are all travel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우린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를 항상 함께 시간 여행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앞서 보여줬던 4컷만화에서처럼 우리의 하루도 쉽게 스칠 수 있는 창밖의 빛을 지그시 바라보면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 같은 하루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2017년 어느날, 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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