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양이

by 적바림

어느 대상이든 그 삶을 엿보면 연민이 생기는 것 같다. 나의 묘연(猫緣)도 그 시작은 연민이었다. 처음에는 자주 보이는 길고양이 중 하나였다. 그다음에는 자주 보이는 길고양이 중 사람을 덜 경계하는 고양이로 그리고 자주 찾아오는 고양이가 되었다. 코 왼쪽 수염 구멍과 발가락에 노란 점이 있고 소시지보다 게맛살을 좋아하는 고양이. 내가 박스로 만든 숨숨집에서 낮잠 한숨 자고 가는 고양이. 그런 고양이가 출산을 했다. 출산 후에는 아깽이를 돌보다 새벽에 찾아와 쉬다 가기도 했다. 쉬면서도 새끼들 있는 곳을 주시하고 좋아하는 게맛살을 주면 먹지 않고 새끼들에게 열심히 나르던 고양이에게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낀 것은 그즈음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보지 않은 존재에게 연민을 느낀다는 것이 생경했다. 내가 연민을 느낀 이유는 자세히 들여다본 그 삶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만만치 않은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의연한 태도만큼은 결코 연민의 이유가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양이를 입양한 후에 나는 길고양이를 애써 무시한다. 또 다른 만만치 않은 삶과 그 안의 의연한 태도를 엿보게 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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