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동학사

by 적바림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대웅전을 눈앞에 두고 잠시 길 옆 정자에서 비를 피했다. 계곡 물 흐르는 소리 때문인지 비가 더 세차게 오는 느낌이었다.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대웅전 처마 밑에서 피하면 되겠거니 하고 뛰었다. 대웅전에 계신 세 분의 부처님을 뵙고 대웅전 외벽에 그려진 팔상도*를 찬찬히 보며 처마 밑으로 걸었다. 특히 다섯 번째 그림은 석가모니가 6년 동안 스승을 찾아 고행한 끝에 깨달음을 얻는 장면인데, 쉬이 조급해지는 내 마음에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스님들이 도란도란 대화 나누시는 소리,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 소리,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 비가 꽤 많이 내려 정신없을 법한데, 왜인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풍경이었다.


*팔상도: 석가모니의 일생을 8장면으로 압축하여 묘사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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