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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적절 Sep 09. 2017

해리포터 덕후가 독일에서 퀴디치한 후기

개발림

독일에 왔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스포츠 수업 책자를 보는데 Q로 시작하는 유일한 스포츠가 있었다. ‘Quidditch’.

*해리포터와 해외 문화를 잘 모르면 글을 이해하는 게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퀴디치. 오사카 유니버셜 가면 퀴디치 4D체험할 수 있는데 개재밌습니다. 해리 아리가또 백 번 외쳤습니다. 이를 위해 현대과학은 발전한 것입니다. 꼭 해보십시오.

조앤K.롤링의 해리포터에 나오는 스포츠 퀴디치! 빗자루 타고 날아 다니면서 서로 공 던지는 게임 퀴디치!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나는 해리포터를 무척 좋아한다. 해리포터 책을 영어, 불어, 독일어로 가지고 있고, 굿즈를 전 세계에서 사 모으고, 심지어 콜린 크리비가 들고 다니는 카메라 Argus C3도 구했다. 해리포터 덕후인 나는 무척이나 흥분했다. 수업을 듣고 싶으면 퀴디치팀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고 했다. 모바일로 당장 들어갔다. 


오, 이런, 멀린의 턱수염……..페이스북 페이지 메인 사진이 유니폼과 장비를 갖춘 그들의 모습이었는데 모두 무척이나 건장했다. 회색 마우스피스를 이에 깍 깨물고(꽉 깨문 거 아님) 미소를 지은 그들의 모습은 흡사 영화 매드맥스에서 워보이들이 죽기 전에 입에 은색 스프레이를 뿌린 모습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 말만 시도하는 인생은 그만하고 싶었다! 그리고 퀴디치는 남녀가 함께 하는 게임 아닌가. 여자가 주장이 되기도 한다. 또 서울대 학생들이 퀴디치하는 걸 봤는데 체격이 나랑 비슷했고 남녀가 섞여 있었다. 나도 못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무시무시해보였다


보내준 구글맵 링크를 통해 연습장에 도착해보니, 산토끼 수십마리가 뛰어 노는 예쁜 공원의 중심에 연습장이 위치해 있었다. 기존 멤버들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이름 대신 ‘아즈카반, 문문(Moon Moon)’ 등의 해리포터와 양덕 문화를 이용한 농담을 등에 새기고 있었다. 많은 멤버들이 휴가 중이라 기존 멤버는 여성 멤버 둘, 남성 멤버 한 명이 전부였다.

 

퀴디치는 각 팀에 골대가 세 개인 게임이다. 올리버 우드와 같은 진지함을 가진 주장은 퀴디치는 DIY스포츠라며 골대를 조립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머글들이 퀴디치를 할 때는 봉-빗자루가 아니지만 빗자루라고 불리는 봉-을 다리 사이에 낀다. 떨어 트리면 자기 골대로 달려가서 터치해야 다시 게임에 임할 수 있다. 나는 인생 처음으로 내 허벅지가 얇아 허벅지 틈이 넓은 것을 원망했다. 여태까지 나는 왜 허벅지 사이 틈(Thigh Gap)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해왔던 거야? 나는 한쪽 손으로 꽉 쥐지 않고는 빗자루를 고정시킬 수 없었다. 

퀘이플은 발리볼이었다. 퀘이플을 골대에 넣으면 10점씩 득점한다. 주로 추격꾼들이 퀘이플을 다룬다. 그리고 두 개의 블러져. 블러져는 좀 더 말랑한 공으로 몰이꾼들이 상대편 팀에게 던져 게임을 방해한다. 블러져로 맞으면 들고 있던 공을 떨어트리고 자기 골대를 터치해야 다시 게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낀 채 공을 주고 받는 연습을 하고, 연습 게임을 해보았다. 


X나 힘들었다…….일단 우리는 날지 못하니까 계속 뛰어다녀야 했는데 이렇게 뛴 건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뛰어봤자 줄넘기? 나는 한국의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니까! 나는 개처럼 헉헉대며 구개호흡을 했다. 달리면서 다리 사이의 빗자루를 한 손으로 계속 들고 있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 역동성..../ vice

스니치는 게임이 시작한 뒤 12분 뒤 쯤 들어온다(정확한 시간이 기억이 잘 안 난다). 스니치는 한 명의 사람인데, 허리 뒤에 테니스볼로 만든 스니치를 매달고 달린다. 그리고 수색꾼이 스니치를 잡으면 30점을 득점하고 게임이 끝난다. 스니치는 빗자루가 없기 때문에 손이 자유롭고 상대편의 빗자루를 빼앗을 수 있다. 1대 1로 스니치를 잡는 연습을 해보았는데 내 상대는 나보다 굉장히 건장한 여성이었다.


굳이 게르만족들과 내 신체적 차이를 인식하며 살고 싶지 않았는데……그녀가 내 빗자루를 뺏으려 하면 나는 영락없이 뒤로 넘어졌고 그녀가 밀치면 바로 또 넘어졌다. 첫날이라 태클을 연습하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퀴디치는 몸싸움을 해야하는 게임이다. 밀쳐서 공을 뺏고 태클을 해서 넘어뜨려 공을 뺏는다. 흔히들 퀴디치를 아메리칸 풋볼과 럭비의 혼합이라 한다. 나는 다부진 게르만 그녀에게 쳐발렸다.


해리가 퀴디치하다가 괜히 다친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연습 게임을 몇 번 했다. 진짜...정신없었다. 공이 네 개인 게임은 정신없을 수 밖에 없다. 한 손에 빗자루를 쥐고 한 손으로는 공을 주고 받으며 득점하는 것도 힘든데, 이 와중에 두 명의 선수는 내 온 몸에 공을 던져대고 있다! 스니치와 수색꾼은 또 어디 구석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다. 그런데 그래서 재밌다. 하다보니 훼이크 치면서 가까스로 스니치를 빼앗아 볼 ‘뻔' 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힘껏 밀치면서 공을 뺏기도 하고, 엄청 정신없는데 한 번 득점하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퀴디치에서 알게된 친구와 이번주 수요일에 커피를 마셨다. 친구가 물었다. 너 다음 주에 퀴디치 갈거야? 나는 ‘Nein (아니)’라고 대답했다. “나에겐 무리인 것 같아.” 보통 유럽 아이들은 부정적인 말을 하면 영혼 없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데, 심지어 발레 수업에서도 할 수 있단 말을 들었는데, 그 친구는 ‘맞아 너에겐 무리인 것 같아'라고 했다. 내가 오죽 헉헉 댔으면…….


퀴디치는 재밌다. 정말 재밌다. 하지만 나는 뛰어다녀야 하는게 힘들고, 또 오픈엔드(스니치가 잡힐 때까지 끝이 없다) 게임이라는 게 힘들다. 나는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기에 공에 손을 다칠 위험이 있는 것도, 그리고 공을 주으러 숙이다가 빗자루에 얼굴을 맞을 위험이 있는 것도 맘에 걸린다. 아직 거주지가 없어서 보험도 등록 못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난 퀴디치를 그만뒀다. 하지만 평소 축구나 농구를 즐겨하는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할 것 같다. 보험을 잘 들어 놓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게다가 퀴디치 팀은 일주일에 한 번은 체력 보강을 위한 근력 운동 시간을 가진다. 정말 강해질 수 있다. 결론은, (나는 안 하지만) 퀴디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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