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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적절 Sep 22. 2018

[영화]더랍스터, 우리 결혼했어요의 영화판

우리는 상대방을 진정 알고 사랑하는가 

우리는 상대방을 진정 알고 사랑하는가?


더랍스터the lobster는 사랑에 관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진 영화다. 45일 동안 호텔에서 지내면서 커플이 되지 않으면 동물이 되는(그나마 다행인 것은 본인이 원하는 동물이 될 수 있다) 무서운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혹자는 ‘커플천국 솔로지옥’ 라고 영화를 묘사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참,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멜로라고 써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크게 남는 감상은 ‘사람 하나 칼로 찍어 죽이는 거 일도 아니네’이다.



사랑이라는 것의 신성함 혹은 효율성   

영화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남성과 여성이 적절하게 만나 사회의 건전한 일꾼을 낳고 유지하는 정상성의 허상을 드러낸다. 커플이 되면 모든 게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영화 속에서 커플이 되는 과정은 비인간적이다. 주인공은 심장이 없는 여자를 사랑하는 척 연기하고 비스켓을 좋아하는 여자는 아무렇게나 원하는 대로 섹스하자고 비굴하게 갈구한다. 그 과정을 거쳐 커플이 된 뒤에도 아주 행복하진 않다. 커플은 죽음 앞에서 곧바로 ‘그를 사랑하지 않으니 나 대신 그를 죽여라’고 고백한다. 아이는 자기가 입양되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입양을 방해하는)저 아저씨를 칼로 찔러 죽여요!’라고 말한다(이 영화에서 솔로는 죄지만 살인은 죄가 아닌듯하다).



이 모든 게 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가? ‘우리결혼했어요’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한국사회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우리결혼했어요 속 커플들은 프로그램 작가에 의해 선정되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만나자마자 커플처럼 행동하고, 웨딩화보를 촬영하고, 시부모를 만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둘의 사랑이 진짜라고 시청자들에게 말한다. 출연진들의 인격을 말살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한국 사회 현실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까.

하......


지금 한국 사회 속 결혼은 사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효율성을 위한 것이다. 결혼이란 게 역사적으로 애초에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시작된 것이므로 새삼스럽지 않다. 과거 수도사가 ‘요즘 부부들은 참 이상하다. 서로 너무 친하다.’라고 기록하지 않았나. 과거에 정사는 애무는 부재하고 삽입만 존재하는, 아이 즉 일꾼을 낳기 위한 왕복 운동일 뿐이었다. 한국 사회도 그렇다. 사랑보다는 나이가 찼기 때문에 서둘러 결혼한다. 부모님 잔소리가 싫어 애를 낳는다.



'내' 행복에 집중하면 난 짐승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인격이 생기면서 결혼하기를, 애를 낳기를 거부한다. 사회의 기대보다 자신의 행복에 더 집중한다. 영화로 치자면 솔로 숲으로 탈출하는 것이다. 영화 속 사회에서 솔로는 짐이고 불필요한 세금지출이다. 출산 즉 새로운 노동력 생산을 하지 않으면서 사회의 자원을 갉아먹는 존재이다. 그래서 정부는 솔로를 동물로 바꿔 사회의 짐을 줄인다. 마치 예전에 미혼녀, 이혼녀들이 공동체의 재산을 축내는 비효율적인 존재이기에 마녀사냥 당했듯이.


한국 사회도 영화 속 정부처럼 위기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출산율을 높여보겠다고 고스펙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소개팅마저 주선하려는 우스꽝스러운 그리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영화 속에서 솔로로 혼자 길을 걸으면 강간당하고, 커플로 길을 걸으면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우스꽝스러운 시뮬레이션과 다를 바 없다.


누군가를 알기 시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증오하기 시작한다는 것과도 같다


사회가 문제가 아니라 사랑 자체가 문제 아닌가?

 그런데, 사회 시스템 밖에서 커플이 된 사람들의 사랑도 불완전하다. 사회 시스템 밖 솔로부대에서 자발적으로 피어난 사랑도 한계가 보인다. 자신의 눈이 멀었을 때 여자는 ‘왜 내 눈을 멀게 했지? 내 애인의 눈을 멀게 할 수 있었잖아!’라는 이기주의를 보인다. 


이렇게 영화는 단순히 사회적인 의미의 사랑을 넘어 사랑 본질 자체에 대해 질문한다. 사랑은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사회에서 살아서 불완전한 게 아니다. 그냥 인간이라서 모든 사랑이 불완전한 것이다. 에로틱한 사랑의 신성성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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