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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최양 Feb 10. 2023

펄프 픽션(1994) - 쿠엔틴 타란티노 #1

영상 예술로 표현된 폭력학 교과서

 쿠엔틴무비 그 첫 번째는 폭력학 교과서라고도 불리우는 ≪펄프 픽션≫ 입니다. (요 시리즈는 짤막하게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을 편집하여 가져올 예정입니다.)


시간의 순서가 얽히고설키다 결국 수미상관을 이루며 폭력에 대한 질문과 답을 건내는 영화입니다. 이처럼, 영화의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기에 당시 어떤 극장에서는 편집이 잘못된 필름이 배급되었다는 착각으로 직접 시간순 짜집기를 해 상영을 올렸다는 썰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뒤죽박죽이지만, 어떤 화두를 가지고 의견을 대립하는 두 인물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스토리를 이끌어갑니다. 때로는 무의미한 잡담인 것 같으면서도 인물이 사용하는 어휘나 태도가 캐릭터를 명확히하고 맹점에 대한 시각이 왜, 그리고 어떻게 서로 다른지 감상자로 하여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합니다.




두 인물, 첫 번째 - 쥴스와 빈센트

쥴스와 빈센트는 마셀러스의 부하로서 함께 명령받은 대로 마셀러스를 대신해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각기 다른 반응을 하는 가장 대표적인 두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던 대화는 "발마사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마셀러스의 아내 미아에게 발마사지를 해주었다는 이유로 건물에서 추락당해 불구가 된 앤트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쥴스는 이번 일에 대해서는 마셀러스가 잘못했다고, 빈센트는 그에 반대되는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이 대화로 쥴스의 갱생이 예감되기도 하죠.


이후 마셀러스에게 잘못이 없다던 빈센트가 미아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플로우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영화계에 길이 남길 커플 디스코댄스 장면을 남기기도 하죠.


- Say something.

- Something.




두 인물, 두 번째 - 강자 마셀러스와 약자 버치

권투 선수인 버치는 5라운드에서 질 것을 제안받으며 마셀러스에게 거액을 받지만 그 약속을 어기며(이기는 것은 물론 상대 선수를 죽여버리기까지 합니다.) 둘의 갈등은 시작됩니다. 영화는 자존심의 충돌이 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말해줍니다.

아, 쿠엔틴무비가 정말 재밌는 건 어떤 어휘나 특정 장면을 보는 이의 뇌리에 강력하게 남긴 후 변곡을 준 다는 점입니다. 마셀러스는 가치 낮다 판단되는 것들에 폭력을 행사하며 "ASS"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합니다. 약자인 버치의 자존심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금시계에 투영됩니다. 금시계는 실제 아버지의 "ASS"에 몇 년간 숨겨졌던 유품이었고요. 강자에게는 별것 아닌 말버릇이 약자에게는 피부에 닿는 실제 삶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이 후 둘의 화해의 과정에서도 "ASS"가 큰 역할을 하지요. 충격적이었어요.....




두 인물, 세 번째 - 버치와 어린 연인

약속된 시합이 끝난 후 버치가 마셀러스를 피해 도망가려할 때 어린 연인이 금시계를 챙기지 못해 갈등이 발생하며, 약자에 대한 약자의 폭력 또한 보여줍니다. 여기서 버치의 어린 연인인 파비안은 약자에게 조차 상대적 약자입니다.

출연 비율은 낮지만 버치만 믿고 따라가는 파비안이 저는 참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이 인물을 보며 연인을 "믿는다"는 행위가 마냥 "의존적"이라고 판단될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녀가 저보다 더 용감하고 주체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말이 좀 모호했으려나요. 아무튼.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파비안이 답답하기도, 맹랑하고도 아름답기도 하였습니다...




두 인물, 네 번째 - 쥴스와 강도

쥴스가 갱생의 의지를 밝히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조용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유명한 사각 구도을 선보이며, 쥴스는 사실 "별것도 아닌 것" 투성이인 강자에게라도 폭력은 행사해서는 아니된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Be cool.

그 성경구절은 아마도 너는 악인이고 나는 의인이고, 이 9밀리 짜리 권총은 나를 어둠의 계곡에서 이끌어줄 목자겠지. 아니면 어쩌면 네가 의인이고 나는 목자일 수도 있지. 악하고 이기적인 건 이 세상이고 말이야. 맘에 드는 생각이야.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야. 진실은, 너는 약자이고 나는 사악한 자의 횡포란 거다. 하지만 난 노력 중이야, 열심히 노력 중이지. 목자가 되려고.



한참 전에 본 작품인데 다시금 곱씹어보니 오히려 더 좋습니다. 영화를 접하는 모두가 많은 생각들을 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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