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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절미 Jun 21. 2017

종횡무진 독서 잡담

주간 잉절미 6월 2주차

여름입니다. 봄의 향기에 취해 잠시 주춤했던 잉절미의 글쓰기도 계속 이어 나가볼까 합니다.


이번 모임에는 손님 두 분이 찾아와주셔서 잉절미 모임에 더욱 큰 활력을 주었습니다. 그 힘을 받아 이번 모임에서는 소설, 비소설 가리지 않고 재밌으면서도 진중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서로 '완독의 전당'에 글쓰기를 권하는 것은 덤.


한국에서 미국을 거쳐 유럽까지, 또 철학에서부터 문화를 거쳐 신학까지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잉절미의 이번 독서 이야기를 만나봅시다.


성연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저번 주에는 태엽감는 새를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 주에도 모임에서는 태엽감는 새를 이야기 했습니다. 태엽감는 새에 대한 이야기는 잉절미에서 발행하는 다른 매거진 '완독의 전당'에 올리고 싶어 여기서는 이번 주에 읽은 다른 책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먹고 자는 두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은 1~5권 완결 전체를 중고 묶음으로 팔고 있어 구매 했습니다. 연애 및 동거 10년차인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커플 슈이치와 리츠코 각자의 시선에서 매 에피소드를 한 번씩 서술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작가가 일부러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풀어 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권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남자 쪽인 슈이치는 뭔가에 토라져 있습니다. 작가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첫 화자로 리츠코를 선택 한 후 의도적으로 슈이치가 어떤 이유로 토라져 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리츠코는 토라짐의 이유를 궁금해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궁금증은 다음 화자로 등장한 슈이치가 말해줄 때까지 풀리지 않습니다. 3인칭 시점을 통해서 서술 했다면 슈이치가 토라진 이유를 슈이치의 말을 통해서 해주거나 혹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누군가의 언질을 통해서 해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에피소를 돌아보는 방법은 바로 그 상황, 과거의 토라지는 시점으로 저를 바로 보내줬습니다. 궁금증의 말끔한 해소. 시원함을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5권까지 다 보고 나서 이 서술 방법의 단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패턴이 익숙해지자 지루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음.. 점점 지루해지는데 라고 생각할 시점에 책은 완결을 냅니다. 영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권이라는 적당한 분량에 주인공들이 서로를 생각 하는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싶다면 읽어볼만 합니다.



준우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 사회>

이 책은 본래 2001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기에, 16년이나 된 오래된 책이다.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것도 2007년이니 그때부터 따져보아도 10년이다. 이 책을 내가 처음 접했던 때가 2012년이었는데, 독서 불감증을 이겨내는 차원에서 기존에 읽었던 책을 복습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다시 집어 들었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 "이 책이 적어도 일본에서는 난해한 사상서가 아니라, 서브컬처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널리 읽힌 대중적인 책이다"라고 써놓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이 '대중적'인 것 같지는 않다. 책에서 예로 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디지캐럿>, <To Heart>, <Kanon>, <Air> 등의 작품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고전 취급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일본 서브컬처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지 않은 이상 더더욱 낯설 것이다.


그럼에도 불친절한 이 책을 다시 집어 든 데는 이유가 있는데, 책에서 제기된 주장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오랜 시간이 흘러 더욱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본래 일본 오타쿠계 용어였던 '츤데레'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게 되었고,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특유의 '모에체' 그림이 국산 게임에 녹아들었다. 더구나, 오타쿠 문화의 바탕이 되는 소비문화와 인터넷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일상화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오래된 책은 단순히 일본의 오타쿠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를 읽어 내는 데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 소비할 것은 넘쳐나고, 인터넷을 통한 관계는 훨씬 효율적이고 간편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풍요와 편리함 속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은 과열되고, 이전의 사회통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는 넘쳐나지만 '이야기'는 난립하는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보편적이지는 않으나 결코 소수만의 전유물도 아닌' 일본 서브컬처 분석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완독의 전당에도 이 책을 다룰 예정입니다. 다른 책 하나와 엮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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