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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Sep 30. 2024

인연의 힘

인연,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인연(因緣)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말한다. 대체로 혈연, 지연, 학연, 직연이 살아가면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인연들이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여 인연을 맺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결코 쉬운 만남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인생 2막에 새롭게 만나 삶의 활력소를 나누고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특별한 여연(旅緣)을 이어가는 중이다.   


  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9월 여름이다. 가을 장마가 '극한 호우'를 세차게 뿌리던 주말이었다. 이날은 지난동유럽 여행지에서 만났던 부부와 오찬 약속예정되어 있다. 어느덧 그분들과 인연을 맺은지는 1년이 훌쩍 넘었다. 일전에 브런치스토리에도 글을 썼다. 글의 제목은 이러하다. '새로운 인연이 너무 좋습니다.', '가을에 오신 손님' 등이다. 이 글은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에 관한 제3탄이다.

    

  그동안 우리는 서울과 용인 등지를 오가며 예닐곱 차례 소중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었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사전 예약을 한 상태다. 약속 장소는 얼마 전 아내와 바람 쐬러 경기도 광주 퇴촌에 적이 있다. 무턱대고 떠났지만 발길이 닿은 곳은 Y 한정식이었다. 멋지고 웅장한 일주문이 반기고 주차장 또한 넉넉한 편이었다. 무엇보다도 고풍스러운 한옥과 운치있는 소나무가 마치 명소처럼 느껴졌다. 사전답사를 한 셈이었다.

  



  밤도록 많은 비가 내려 사뭇 걱정이 되었다. 아침이 되었지만 여전히 강한 비가 내린다. 그래도 몸은 분주히 움직였다. 손님들에게 드릴 가지를 따기 위해 텃밭으로 나갔다. 우산을 썼지만 비가 억수로 쏟아져 별 소용이 없었다. 다행이 고추는 어제 먼저 땄기 때문에 그나마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오찬 장소로 가기 위한 채비를 끝냈다. 아직도 비가  많이 내린다.   

   "비가 많이 내리는데 오시는 데 괜찮습니까?" 걱정이 되어 전화를 드렸다.

   "서울은 비가 그쳐 괜찮습니다."라며 밝은 목소리로 화답하신다.

   

   서울 목동에서 약속 장소까지는 족히 2시간은 소요될 것이다.  다행이 비는 그쳤다. 우리 부부는 조금 일찍 도착했다. 대부분 통창이라 비교적 전망이 좋았다. 자리를 잡은 뒤 마중을 위해 주차장으로 나갔다. 바람과 공기는 더없이 청량감을 더해주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식당 안으로 모셨다.


  사모님은 한정식당이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대화의 물꼬는 뭐니 뭐니 해도 안부를 묻는 것이다. 건강하신지? 그리고 자녀들의 근황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서로 막힘이 없다. 묻고 답하고 답하고 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이 뽐내듯이 나왔다. 단짠단짠한 맛을 느끼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귀한 분들과의 함깨서 그런지 더 맛있다. 가급적 음미하듯 천천히 먹었다.


  오찬이 끝나자 바로 옆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본격적인 정담이 이어졌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따스한 공감으로 친밀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내년에는 여행을 한 번 더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즐거운 시간은 왜 금방 지나갈까 참으로 궁금하다.


  헤어질 즈음 우리는 늘 그렇듯이 다음 약속 날짜를 정했다. 다음에는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11월에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선선한 가을 분위기를 위해 드레스 코드를 정했다. 일명 '바바라'로 불리는 트렌치 코트를 입기로 한 것이다.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기념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나는 준비한 가지와 고추를 드렸다. 차가 지나갈 때까지 손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이억만리 여행지에서의 어색하고 낯선 만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편하고 낯익은 만남이 되고 있다. 언제나 보고 있으면 가슴이 훈훈해진다.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느낌이 좋다. 우연이 아닌 필연일까? 우리는 살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또 자연스레 헤어지는 시간도 맞이하게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여전히 어렵고 힘든 일이다. 모든 만남이 항상 좋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얽히고 설킨 인연의 힘들이 모여 한 폭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특별한 인연에 동행이라는 그 길을 함께하고 싶다. 소중한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싶다. 도덕경에서 좋은 인연이란 그릇을 비움을 의미한다. 사람이란 그릇에서 욕심을 비워내는 것이다. 세상과 마주하며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함이면 악연이고, 인간적으로 소통과 교류를 하면 선연일 것이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정성을 쏟아야 한다. 먼저 다가가서 따뜻한 손을 내밀자. 상대방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씨를 소유하자. 인연은 지키고 소중히 여길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인연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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