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 대신 '난해달날', 놀라운 우리말

한글의 세계화... 정겨운 우리말 지키기 위한 노력 무엇이 있을까

by 이점록

이제 한글은 명실상부한 '세계 만국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세계 87개국 252개소에서 지난해 기준 약 21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히 한국어 열풍이라 할 만하다. 오늘날 한글은 'K-문화'의 든든한 뿌리다. K팝의 노랫말이 국경을 넘어 세계 팬들의 마음을 잇고, K드라마와 영화가 깊은 울림을 전하는 바탕에는 우리말이 가진 다채로운 결과 섬세한 표현력이 자리 잡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글은 창제 원리와 시기, 창제자가 분명히 밝혀진 세계 유일의 문자다. 우리는 이 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선조들의 발자취 또한 기억해야 한다. 일제의 혹독한 탄압에도 한글을 널리 퍼뜨린 개척자 주시경 선생은 '한국어 연구'와 '한글 맞춤법'의 기틀을 세웠고,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우리 말과 글을 지켜내며 민족의 혼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한글로 감정을 담은 청년시인 윤동주, 한글로 아동 교육에 이바지한 문학가 방정환, 한국인 보다 한글을 더 사랑한 외국인 헐버트, 한글 점자를 만든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 박두성, 타자기로 한글을 꽃피운 공병우, 한글 글꼴의 원형을 만든 디자이너 최정호 등 이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유튜브 채널 '한글, 여러분은 누가 떠오르나요?').


IE003561900_STD.jpg ▲책표지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 철수와 영희


필자는 최근 학교 도서관에서 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을 탐독하고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단어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생월'을 뜻하는 '난달'과 '생년월일'을 순우리말로 풀어낸 '난해달날'은 단숨에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토록 정겨운 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경외심과 감동을 느꼈다.


우리가 몸을 얻어 이곳으로 나온 날을 한자말로 '생일(生日)'이라 합니다. 가만히 보면 "나온 날 = 나온날"이라 하면 되고, "난 날 = 난날"이라 하면 됩니다. "태어난 날 = 태어난날"이라 하면 어울려요.

(중략)

난 때나 무렵을 헤아리면 '난때·난무렵'이라 할 만 합니다.난 해를 살필 적에는 '난해'할 수 있어요. 난 해랑 달이랑 날을 함께 짚을 적에는 '난해달날'이라 하면 어울립니다. 이른바 '생년월일'을 우리말로 옮기면 '난해달날'입니다. - 본문 52쪽 중에서


해와 달과 날을 함께 짚어 부르는 이 말에는 한자어가 줄 수 없는 따뜻한 생동감과 직관적인 리듬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누구나 무엇이든 낯설 수 있다. 이에 작은 용기를 내어 제안해 본다. 행정기관의 각종 민원 서식에 굳어진 '생년월일'이라는 한자어 대신 우리말의 숨결이 살아있는 '난해달날'로 개선해 보면 어떨까? 나아가 우리에게 익숙한 생일 축하 노래의 가사도 "난날 축하합니다"로 불러보길 제안한다. 작은 언어의 변화가 우리 일상의 풍경을 더욱 따뜻하게 바꿀 마중물이 될 것이다.


말은 곧 민족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한글 열풍이 거센 지금, 이제는 외형을 넘어 우리 고유어라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이다. '난해달날'을 비롯한 정겨운 우리말을 살리는 일은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고 그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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