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눈치우기 봉사 활동' 이야기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친 다음 날.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은 잠시 눈을 즐겁게 했지만, 이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차들의 미끄러운 바퀴 자국과 관절이 약한 어르신들의 위태로운 걸음이 먼저 그려졌기 때문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넉가래와 눈삽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찬 공기에 코끝은 금세 얼얼해졌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적막한 골목을 깨우는 "슥-슥-" 소리에 앞집과 옆집의 문이 하나둘 열렸다. 아침 인사를 서로 나누었다. 각자의 집 앞을 넘어 서로의 길을 이어가는 묵묵한 삽질 속에는 '함께 안전하고 싶다'는 같은 마음이 흐르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 평범한 이웃 사랑이 공식적인 가치로 기록된다면 어떨까. 이 수고로움에 '봉사'라는 이름이 붙는다면, 우리 시민들의 삽질은 조금 더 가벼워지고 그 발걸음은 더 기꺼워지지 않을까.
행정이 시민의 '선의'를 기록하는 법
내가 사는 용인시에는 그 마음을 알아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용인시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는 ' 우리동네 눈치우기 봉사활동 인증'이다. 집 앞 공공도로와 제설 사각지대의 눈을 치우면, 이를 자원봉사 실적으로 인정해 주는 방식이다. 하루 최대 4시간까지 가능하고 절차도 단순하다. 단체 가입이나 번거로운 서류는 필요 없다. 활동 사진과 간단한 일지를 제출하면 된다.
▲용인시자원봉사센터 포스터 ⓒ 용인시
이 제도는 세 가지 지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첫째, '관리'가 아닌 '신뢰'의 행정이다. 행정이 시민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대우한다. "정말 했을까?"라는 의심보다 "치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존중을 먼저 건네는 것이다.
둘째, 공동체의 '빈틈'을 메우는 지혜이다. 거대한 제설차는 큰길을 책임지지만, 삶의 숨결이 닿는 골목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그 빈틈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용히 길을 터준다.
셋째, 봉사의 '일상화'이다. 봉사는 특별한 결심이 필요한 거창한 일이 아니다. 집 앞의 눈을 치우는 평범한 행동이 곧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숭고한 봉사임을 용인시는 말해주고 있다.
제설은 예산이 아니라 마음이다
제도는 시민의 일상을 사회적 역할로 격상시킨다. 그것은 '시간이 많아서'나 '마음이 특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누리는 권리이자 마땅한 책임임을 깨닫게 한다.
마을의 안전은 행정의 힘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골목마다 스며든 시민들의 손길이 모여야 비로소 온전해진다. 그 손길을 기록하고 존중하는 도시의 모습에서, 나는 건강한 공동체의 미래를 보았다.
봉사는 더 이상 특별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음에 눈이 오는 날, 현관 앞에 세워둔 삽을 든다면 기억하자. 당신은 지금 우리 동네의 안전을 한 뼘 더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마음 하나라면 이번 겨울은 이전보다 훨씬 따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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