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 록
겨울 밤 하늘은 고요의 바다
야윈 몸 초승달이 애처롭다
차마 내딛지 못하고
멈칫, 한 걸음 물러서서
시린 허공에 위태롭다.
얼마나 모진 바람을 삼켜야
저토록 날선 곡선이 되었을까
눈물마저 메말라
베일 듯 날 선 궤적
차갑게 하늘의 정수리에 박혀 있다.
침묵은 단단하게 깊어지는 시간
텅빈 가슴에는
은하수 푸른 수액이 차오르고
상처 난 가장자리마다
금빛 숨결이 돋아난다.
어둠을 먹고 자란 빛은
무게를 견디는 법을 깨우치고
기다림은 끝내 살이 차올라
만삭의 환희로 피어난다.
#공감시 #초승달 #청춘
작가 메모 :
한겨울 밤의 맑음은 때로 잔인할 만큼 차갑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숨을 곳 없는 얼굴을 그대로 비춘다.
그 허공에 걸린 '초승달'은 완전하지 못한 존재,
상처 입어 야윈 우리 시대의 자화상처럼 보인다.
초승달이 뒷걸음질 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비워진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시간의 무게 때문이다.
이 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둠 속에서
말 없이 제 몸을 채워가고 있는
모든 '초승달' 같은 존재들에게 건네는 위로다.
메마른 눈물 자국은 결코 흉터가 아니며,
머지않아 빛이 스며들 길임을 전하고 싶었다.
이미지 출처 : pexels-ry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