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처럼

by 이점록

겨울나무처럼

이 점 록



겨울나무는

쓰러질 날을 미리 묻지 않는다

시간이 오면 잎은 스스로 길을 떠난다


해마다 다시 피고

해마다 조용히 비워 내며

계절과 다투지 않는다

봄이 와도

살아야 할 이유를 말하지 않고

여름에는 햇살을 접어 그늘로 내어주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을에는

붙잡지 않는 법으로 서 있고

겨울이 지나가도

아직 오지 않는 슬픔을 앞당겨 품지 않는다


나무는 죽음을 아는 만큼

삶을 급히 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겨울나무처럼 살고 싶다


끝을 헤아리느라

오늘을 놓치기보다

오고 가는 계절 앞에서도

침묵을 견디는 겨울나무처럼

이 시는 웹진 《문예마루》에 게시된 제 창작시입니다.





작가노트 :

어는 덧 인생 2막이다. '견디는 법'의 중요성이 와 닿는다.
무언가를 더 붙잡고 증명하려 애쓰는 삶이 아니라,

때가 되면 스스로 내려놓는 존재를 오래 바라보다가 겨울나무에 이르렀다.


겨울나무는 미리 슬퍼하지 않고,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는다.

살아 있음조차 주장하지 않은 채 계절을 통과한다.

그 태도는 체념이 아니라 삶이 흘러가는 방향을 알고 있다는 듯하다.

오롯이 급히 쓰지 않고 조용히 남아 있다.


이 시는 그 조급함에 대한 작은 반성이고, 말보다 침묵으로 버티는 삶을 향한 희망이다.
그래서 이 시의 마지막 소망은 거창하지 않다.

다만, 오고 가는 계절 앞에서 흔들리되 다투지 않고
비워내되 스스로를 잃지 않는 겨울나무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일 뿐이다.


#공감 시 #인생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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