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식빵에 낫토와 꿀의 조합... 간단하지만 영양까지 챙기는 밥상
은퇴 고수들을 관찰하며 내린 결론이 있다. 그들은 특별한 재테크 비법보다 '일상의 리듬'을 먼저 관리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치기 힘든 고질병이 바로 '삼시세끼'의 관성이다.
우리는 평생 시계에 길들여져 왔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12시니까 먹고, 6시니까 먹었다. 직장 생활 내내 내 몸의 신호보다 일정표가 우선이었던 삶. 하지만 은퇴 후에도 '회사 시계'를 그대로 차고 있으면 몸은 과부하가 걸리고, 아내의 눈총에 지갑보다 마음이 먼저 얇아진다.
'내 몸 시간'에 맞출 때
활동량은 줄었는데 식사량과 횟수가 그대로라면 몸은 정직하게 비명을 지른다. 이제는 회사 시간이 아니라 '내 몸 시간'에 맞춰야 할 때다.
최근 나는 아내 앞에서 작은 실험을 제안했다. 이름하여 '화합 브런치'.
메뉴는 파격적이다. 노릇하게 구운 식빵과 끈적한 낫토의 만남이다. 아내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나는 호기롭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이거 요즘 유행하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처럼 대박 터질지도 몰라!"
준비는 5분, 정리는 2분. 설거지는 접시 하나면 충분하다. 가사 노동을 줄여야 하는 은퇴자의 생존 전략에도 딱 맞는다. 레시피는 간단하다. 잘 구운 식빵 한 장 위에 낫토 한 팩을 올리면 끝이다. 취향에 따라 무당 잼이나 요거트를 섞으면 더 좋다.
사실 처음엔 나도 의심했다. '빵과 낫토라니, 이 무슨 혼종인가'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한입 베어 무니 반전이 있었다. 낫토 특유의 냄새와 끈적함은 빵의 고소함에 묻히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입안을 채웠다.
낫토는 콩을 발효시킨 보약이다. 그 안의 ‘나토키나아제’라는 효소는 혈액 순환의 일등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도 풍부하여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빠지고 혈관은 딱딱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은퇴자의 음식은 단순히 '맛있다'에서 멈추면 안 된다. '내 몸에 맞다'까지 가야 완성이다. 옆에서 조용히 시식하던 아내가 날카로운 안목으로 한마디 거들었다.
"음, 나쁘지 않은데? 다만 낫토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까, 여기에 꿀을 살짝 곁들이면 훨씬 대중적인 맛이 되겠어."
역시 '살림 고수'의 안목은 달랐다. 아내의 조언대로 꿀 한 술을 또르르 흘리니, 낫또의 쌉싸름함과 꿀의 달콤함이 만나 완벽한 '단짠'의 조화를 이뤘다. 이제 이 메뉴는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우리 부부의 '화합 브런치'가 되었다.
'영양 밀도'를 관리하다
많은 은퇴 부부가 이른바 '삼식이'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 활동량은 줄었는데 습관적으로 세 끼를 다 챙겨 먹으니 체중은 늘고, 무릎은 아프고, 다시 활동이 주는 악순환에 빠진다. 은퇴 고수들은 이 고리를 초반에 끊는다.
'삼시세끼'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영양 밀도'를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날은 두 끼면 충분하고, 어떤 날은 이 낫토와 토스트 한 장으로 가볍게 넘긴다. 양보다 밀도, 관성보다 조절이 핵심이다. 식빵 위에서 실처럼 늘어지는 낫토를 보며 생각한다. 은퇴는 삶을 무작정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게 '재조정'하는 과정이다. 직함은 내려놓았을지언정, 내 몸이라는 회사의 CEO는 여전히 나다. 그리고 매일 아침 가장 먼저 결재해야 할 안건은 명확하다.
"오늘의 식단, 내 몸의 시간에 맞췄는가?"
거창한 건강법은 작심삼일로 끝나기 쉽다. 하지만 빵 한 장 위의 작은 결단은 의외로 오래간다. 오늘 당신의 밥상은 누구의 시간에 맞춰 차려졌는가? 혹시 아직도 배꼽시계가 아닌 '벽시계'를 보고 있다면, 내일 밥상에 낫토 한 팩을 뜯어보길 권한다.
#삼시세끼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