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읍 부녀회의 따뜻한 동행... "밥은 한 끼지만 마음은 여러 끼"
정월대보름을 앞둔 용인시 양지읍사무소. 평소 정적만이 흐르던 이곳이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숨결로 깨어나고 있었다. 가마솥 뚜껑 사이로 찰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구수한 곡물 향은 담장을 넘어 골목까지 낮게 깔리는 듯했다.
한 솥에 어우러진 다섯 가지 마음
지난 2월 27일, 양지읍 새마을부녀회(회장 서은숙)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마을의 어르신들께 전할 '오곡밥'을 짓기 위해서였다.
예부터 정월대보름의 오곡밥은 한 해의 무탈과 풍년을 기원하는 상징이었다. 서로 다른 색과 맛을 지닌 다섯 곡식이 한 솥에서 어우러지는 오곡밥은,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이웃들이 어우러져 사는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화려한 무대나 요란한 구호는 없었지만, 밥을 짓는 손길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정성스러웠다.
부녀회원들은 갓 지은 밥을 김이 빠지기 전 재빨리 도시락에 담았다. 그리고 마을 곳곳으로 흩어졌다. 행정이 미처 다 채우지 못하는 삶의 빈틈을 사람의 온기로 메우기 위해서이다.
남곡리의 한 어르신 댁 문을 두드렸다.
"어르신, 오곡밥 드시고 올 한 해 건강하세요"라며 도시락을 건네자, 어르신은 한동안 그 온기를 놓지 못하셨다.
"잘 먹을게요. 덕분에 정말 힘이 나네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촉촉해진 눈가는 수많은 말을 대신했다. 그 표정을 마주한 회원들의 얼굴에도 보름달 같은 미소가 번졌다. 전달된 것은 밥 한 끼였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은 수많은 계절을 함께 견디게 할 마음의 양식이었다.
달이 뜨기 전, 이미 환해진 양지
서은숙 양지읍 부녀회장은 "앞으로도 이웃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지난 새해 첫날 떡국 나눔부터 이어온 봉사의 끈을 단단히 고쳐 쥐었다. 진정한 공동체의 뿌리는 거창한 곳이 아니라, 이웃의 안부를 묻는 밥 한 그릇과 마주 잡은 두 손의 온기 속에 내리는 법이다.
어쩌면 우리가 기다리는 보름달은 차가운 밤하늘이 아니라,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우리네 얼굴 위에 먼저 떠오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밤하늘의 달은 아직 차오르는 중이었지만, 그날 양지(陽智)에는 이미 환한 빛이 걸려 있었다. 가마솥에서 피어오른 김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기운이 이 마을 골목마다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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