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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Jul 14. 2023

낯선 땅이 아닌 낯선 나였다.(2)

새로운 경험을 넘어

  예술문화의 도시 비엔나에 취하다.


  체코의 중세 문화에 흠뻑 젖은 채 오스트리아로 이동을 했다. 3시간 만에 빈(獨文 Wien, 英文 Vienna)에 도착했다. 투어 장소는 유명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벨베데레 궁전 미술관'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현지 가이드와 모두 반갑게 인사를 했다. 다행히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감상하는데 제격이었다. 벨베데레. ‘좋은(Bel)’ ‘전망(Vedere)’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기대 이상이다. 바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낯익은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반갑기까지 하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것은 바로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다. 다시 설명하자면 자크 루이 다비드의〈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린 학창 시절 참고서인 D출판사의 완전정복 표지가 바로 이 그림이다. 예술 작품에 빠진 듯 너나 할 것 없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

                                                     

  다음 전시장으로 가자 말로만 듣던 세계적인 명작인 구스타프 클림트의〈키스〉가 반기듯 자리하고 있다. 가이드의 설명이 유난히 길고 기억에 남는다. 금박을 사용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단 한 번도 여기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즉 다른 곳에 대여를 해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에곤 쉴레의〈죽음과 소녀〉, 리하르트 게르스틀〈웃는 자화상〉등 명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궁전 내부는 바로크적인 웅장함과 섬세함이 돋보인다.    

키스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에곤 쉴레의〈죽음과 소녀〉


  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인근 식당가에서 모처럼 한국음식을 맛보게 되었다. 바로 '된장찌개'였다. 나는 코를 벌름거리면서 입맛을 다셨다. 식당 주인은 한국 사람이었다. 나는 주인을 불러 반찬을 추가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재료비 인상 등으로 불가피하게 추가 요금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추가로 시켜 먹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불편하고 낯선 문화임에는 틀림없었다.    


  오후에 HB1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런 호텔도 있나 싶을 정도로 비좁다. 샤워 시설만 있고 욕조가 없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의 호텔은 지역에 따라 대부분 보통 작고 아담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약간의 불만은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집사람은 다음 날 호텔을 나서면서 어김없이 룸 팁을 챙긴다.


  오늘이 4일 차이다. 오늘도 날씨는 반기듯 화창하다. 아름다운 분수를 뜻하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별궁 쉔부른 궁전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궁전이자 방문객이 가장 많은 유적지 중 하나이며, 문화적으로도 가장 뜻깊은 곳 중 하나라고 한다. 쇤브룬 궁전의 정원은 한 시절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의 품격과 취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외관은 바로크 양식의 독특한 색채와 내부는 아름다운 로코코 양식에 압도당했다.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비엔나 시내를 거닐고 있노라면 아주 먼 옛날 합스부르크 제국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들고도 남을 것이다. 


  다음은 비엔나의 상징이자 오스트리아 최고인 고딕 양식의 슈테판 성당이다. 이 성당은 높은 첨탑을 갖추고 있다. 마치 모든 관광객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았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마치 끝없이 흘러가는 물결처럼 오가고 있다. 힘든 기색 없이 하나같이 밝은 모습이다. 슈테판 성당 뒷골목에 위치한 식당에서 현지식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거리는 온통 카페와 음식점 등이 즐비하다. 우리 가족은 가이드가 알려 준 카페 '카루소'에 들러 비엔나커피를 맛보는 체험(?)을 했다. 음악의 거장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이 사랑했던 예술의 도시와도 이별을 고하게 되었다. 

슈테판 대성당
비엔나커피


다뉴브강의 진주 부다페스트에 반하다.   

  빈에서 동유럽의 파리이자 다뉴브강의 진주라 불리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로 이동을 했다. 국경을 넘어가면서 마치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하이패스처럼 통과했다. 2차 세계대전을 치른 유럽은 이렇게 자유로운데 우리는 아직도 휴전 상태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문득 한민족인 북한을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한 생각이 든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부다 성 구역의 대표적인 건물인 어부의 요새 등 여러 곳을 투어를 했다.  뾰족한 고깔 모양의 일곱 개의 탑이 마치 동화 속의 성을 연상케 한다. 


  다음은 부다페스트 최고의 관광으로 손꼽히는 유람선 야경투어 시간이다. 유람선에는 다행히 우리 일행만 타는 행운을 잡았다. 유람선은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었지만 1초도 망설임 없이 모두 2층으로 올라갔다. 유람선이 서서히 다뉴브강의 물살을 가르자, 강 양쪽 건물과 도로에서도 마치 축하를 하듯이 아름다운 불꽃들이 피어났다.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강변의 풍경과 물결에 비친 불빛이 가히 압도적이다.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마치 CF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잠시 후 웅장한 금빛 국회의사당의 눈부신 모습이 다가오자 넋이 나간 듯하다. 다뉴브 강 위에 떠 있는 듯한 국회의사당의 밤 풍경은 이번 관광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뉴브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기념비적 건물이다. 네오고딕 양식의 헝가리 국회의사당은 영국의 국회의사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다뉴브강을 따라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등은 밤이 되면 낮과는 전혀 다른 몽환적 분위기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처럼 부다페스트의 훌륭한 문화유산에 덧대 아름답고 화려한 조명이 한 국가의 이름값을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서울의 한강 일대를 비롯해 부산의 광안대교 등은 이미 야간 경관 명소로 사랑을 받고 있음이다. 우리나라도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야간 경관조명 확충으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다뉴브 강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채 Green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여정, 견문, 감상은 기행문의 3요소이다. 아직 졸필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칫 '수박 겉핥기식'이 될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여행의 진수는 마음대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터이다.  


  다음 여행할 나라는 자연친화적인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이다.  



#공감에세이 #가족여행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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