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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모 Dec 11. 2023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선물이 있을까요? - 저모

[이모저모세모] 2022년 12월호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선물이 있을까요? 



[저모] D-25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이 온다! 어린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잠 못 들던 24일의 밤, 눈뜨자마자 벌떡 일어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물을 찾던 25일의 아침. 때로는 책상 위에, 때로는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때로는 침대 밑에, 때로는 머리맡에 있던 선물. 오로지 설렘으로 가득했던 밤들. 그때의 순수했던 마음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누구나 산타에게 선물을 받고 행복했던 기억 하나쯤은 품고 있기 때문일까, 온 세상이 크리스마스에 들뜬다. 거리는 전구로 반짝이고, 가게에서는 캐럴이 흘러나오고, 거대한 트리들이 세워지며, 형형색색의 각종 장식과 포장지는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다. 차가운 겨울 공기에서는 설렘마저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그 어떤 날보다 좋다. 생일처럼 나에게만 특별한 하루가 아닌, 모두에게 특별한 하루여서 좋다. 함께 들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설레하고, 행복해 할 때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좋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 올해는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까?



Dear-25


12월이 되면 나의 사랑스러운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기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미리 요란법석은 떨지 않는다. 12월 전까지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행동은 일절 하지 않는 것이 원칙! 그러다 12월이 되면 캐럴과 함께 크리스마스 준비의 시작을 알린다. 11월부터 캐럴을 듣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익숙해져 막상 당일에 감흥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그쯤이면 발 빠른 자본이 이미 모든 것을 세팅해 두었다. 그럼 난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를 찾아다닌다. 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찾아다니는 트리 투어를 하는데, 휘황찬란한 트리,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며진 실내, 여타 다른 볼거리가 있는 백화점이 제격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주는 소소한 소품들도 좋지만, 거대한 스케일이 주는 환상적인 느낌은 또 다르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언제 가장 실감하는가 하면, 바로 캐럴을 들으며 크리스마스카드를 쓸 때이다. 12월은 헤어짐이 자주 있는 달이자, 친한 친구들의 생일이 몰려 있는 달이라 편지를 쓸 일이 많다. 친구들에게 손 그림이 담긴 편지 주기를 좋아하는데,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크리스마스 그림이 주를 이룬다. 캐럴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자 크리스마스를 귀로, 손으로, 눈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리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이걸 받고 기뻐할 친구들을 생각하면 신이 난다. 편지와 선물을 배달하러 가는 길만큼은 내가 바로 산타! 전 세계 아이들의 선물을 준비하는 산타의 마음이란 이런 것일까?


마침내!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면 (생각보다 아무 생각이 없지만) 미리 계획했던 ‘크리스마스에 할 일들’을 실행에 옮긴다. 주로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따끈한 핫초코도 한 잔 타 마셔주고! 파스타나 수프 같은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를 한다. 올해는 브라우니로 정했다. 미리 사둔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다면 포장지를 뜯는 설렘을 느끼고, 바깥의 크리스마스 공기를 느끼고자 산책을 나간다. 크리스마스의 공기는 왠지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다. 저녁이 되면 이불에 들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영화를 한 편 보고, 마지막으로 캐럴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크리스마스 당일은 바쁘다. 하나씩 체크리스트에 체크를 할 때마다 크리스마스를 잘 즐기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한두 개씩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뭐 어때! 즐거운 크리스마스인걸!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이유는 이처럼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시간 덕분이다. 사실 크리스마스 준비라는 게 25일 당일을 위한 준비라기보다 12월 한 달을 잘 보내기 위한 과정 같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12월이 훌쩍 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아쉬워할 틈 없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느라 미뤄둔 한해 마무리와 내년 목표 세우기를 부리나케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쩌면 이렇게 바쁜 크리스마스 준비 덕에 한해를 알차게 마무리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December-25


가장 기억에 남는 12월 25일을 꼽으라고 하면, 2019년에 교환학생으로 간 노르웨이에서 보낸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싶다. 겨울왕국의 나라, 노르웨이의 크리스마스 풍경이 어떨지 궁금해 12월 마지막 날까지 남아있었더랬다. 예상과 달리 모두가 고향에 돌아가 기숙사는 텅 비었고, 내가 살던 곳은 작은 도시라 흔히 생각하는 유럽의 화려한 크리스마스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노르웨이의 크리스마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처음으로 혼자 보낸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항상 누군가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것 같다. 주로 가족과 함께. 원래도 나 홀로 크리스마스, 혹은 솔로 크리스마스를 슬퍼하는 분위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혼자 보낸 적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니 괜찮다 못해 너무 만족스러웠다.


사실 어떻게 보면 순조롭지만은 않은 크리스마스였다. 그날도 Dear-25에 적은 것처럼 계획했던 것을 하나씩 해나갔다. 그런데 감자수프를 만드는데 믹서기가 없어 숟가락으로 으깼더니 레시피와 다른 요리가 완성됐고, 마침 개봉한 ‘겨울왕국2’를 보러 1시간을 걸어 영화관에 갔더니 노르웨이어 더빙판밖에 없어서 영화는 보지도 못하고 다시 1시간을 걸어 기숙사로 돌아왔다. 또 스스로 주는 선물을 언박싱 하고자 카카오 라이브톡을 켰는데 시간이 늦어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순조롭게 잘 진행된 계획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야 어찌 됐든 새로운 요리를 도전해 먹었다는 게 뿌듯했고, 키오스크에서 영화를 예매하려는데 더빙인지 자막인지 모르겠어서 옆에 싸우고 있던 커플에게 말을 거는… 지금도 내가 왜 그랬는지 어이가 없어서 웃긴 에피소드도 생겼다. (다행히 친절히 답해주셨다.) 또 친구들이 안 들어온 덕에 라이브톡을 끄고 나 혼자 동영상을 촬영했는데, 그 당시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교환학생 시절이 그리울 때면 두고두고 꺼내 보는 동영상이 되었다.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혼자서 완전한 크리스마스였다.


이 경험을 계기로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혼자서도 멋진 특별한 날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거 없는 하루였지만 그날의 일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나씩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정적인 크리스마스였다’라고 적혀있다. 그래서인지 그날 이후로 특별한 날은 혼자 보내고 싶어졌다.


혹시라도 지금 크리스마스에 혼자라고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면, 혼자서도 크리스마스를 충분히 잘 보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팁이 있다면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혹은 평소라면 잘 하지 않았을 일을 크리스마스라는 핑계로 하나씩 하면 된다. 어쩌면 생각지도 않게, 아니 오히려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 혼자라 더욱더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도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라며, 메리 크리스마스! 




해당 게시글은 2022년에 쓰인 글로,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한 게시글을 브런치에 재업로드 한 것입니다. 


2023년은 홀수 해를 맞이해 홀수달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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