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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 Oct 29. 2024

점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돈오점수의 돈오는 갑작스런 깨달음을, 점수는 점진적인 수행을 의미한다. 지난 글의 돈오는 하고자 하는 바에 집중하는 것을 위주로 방향의 중요성에 대해 짧게 생각했다. 이번에는 점수, 점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실천을 잠시 되뇌고 싶다.


단박에 깨달아도 점차 실천하지 못하면 나아가지 못하고 점차 실천해나가도 방향성에 대한 깨달음이 없다면 엉뚱한 길로 간다.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불현듯 점진적인 실천의 중요성이 떠오른 것은, 여러모로 주변이 번잡스러워지고 있어서다.


이직 후 그럭저럭 7개월이 지나고 있어,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가끔 참여하는 공모전 외에도 단순한 문서 편집 아르바이트를 받아 짬짬이 하기 시작했다. 일은 언제나 통제 밖의 영역에서 찾아온다. 친하게 지내며 의지하던 옆 동료의 퇴사 이후, 정식 후임자가 뽑히지 않았다.


단기근로 아르바이트로 실무가 대체되고 해본 적 없는 행정업무는 모두 내 차지였다. 보완해야 할 점이지만 갑작스런 스트레스를 직면하고 잽싸게 수긍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분명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고 투덜대봐야 바뀌는 게 없음에도 아직은 얼굴 찌푸리며 피하려는 경향이 앞선다.


일이 늘어남과 동시에 비슷한 시점에 약속과 회식이 잦아지고 몸이 지치기 시작하니 일기와 운동이 가장 먼저 밀리기 시작했다. 흔히 피해야 마땅한 즉각적이고 말초적인 보상들을 앞서 찾게 되는 시기다. 그렇게 건너가는 시간들도 있다지만, 답이 아님을 알고도 행하는 과정은 만족스럽거나 마냥 행복하지 않다.


혼자 마음 내키는 대로 지내면 어느새 자신을 돌보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일상의 톱니바퀴가 하나씩 삐걱거리기 시작한다면, 삶을 굴리는 기본적인 톱니부터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니 여기까지 쓰고 일단 누워야겠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눈 앞의 일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다시 일상을 정돈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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