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조바심으로 끊임없이 일을 찾아다니는 한편, 인생을 편하게 날로 먹고 싶은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서 부풀 때가 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문득 지난주 로또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잠시 웹페이지에 다녀온 참이다. 복권조차 웹에서 클릭 몇 번으로 사는 걸 선호할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한 편이다.
내가 불편해하는 것을 직면하고 실천할 때 평안과 행복이 가까움을 모르지 않음에도 간편하게 불편을 피하고만 싶다. 편한 선택의 연속이 삶을 갉아들지 않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땀방울은 필수다. 쉽게 얻은 만큼 쉽게 잃게 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쉽게 얻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이라 늘 어렵다.
그런 점에서 땀방울 없는 과실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실제로 행복일지는 모르겠다. 근면한 마음이 조금씩 갉아먹힐지도 모르겠다. 땀 흘리지 않고 뭔가 얻고 싶어 하는 모양은 마치 그루터기에 부딪쳐 죽는 토끼를 기다리는 꼴이다. 생각이 이쯤 오면, '다 알고 있었네' 싶다.
언제나 앎이 부족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잦은 요즘이다. 땀방울 없는 과실도 언젠가 있을 테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바랄 수는 없겠다. 땀방울 없는 과실이 달콤한 것은 역설적으로 땀방울의 존재 때문이다. 그러니 땀방울 없는 과실을 바라기보다 땀 흘리고도 없을 수 있는 열매에 실망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태도가 궁극적으로 삶을 지켜줄 것 같다. 땀방울 없는 과실이 주어지더라도 감사한 마음을 앞세우며,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지 않고 우연스레 얻은 과실을 온전히 내 것으로 지켜내도록 도와주는 힘이 될 것 같다. 결국 땀을 내야 한다. 때때로 이처럼 역설적인 궤적들을 느낀다.
오래도록 편안하기 위해 기꺼이 힘들어야 한다. 쥐기 위해 놓아야 하며 지키기 위해 내어야 한다. 그러니까, 편안하면 곧 힘들어지고 쥐려 애쓰는 손가락의 틈새로 놓며 지키기만 하려는 욕심에 내어주는 것들이 생긴다. 다 알면서도 어떻게 이토록 일관되게 편안한 쪽으로만 걷고 싶은지, 참 얄궂은 일이다.
적당히 투덜대고 꾸준히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