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다시 즐겨 찾는 인생책인 『여덟 단어』 182쪽에는 '만들어진 권위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소제목으로 폴 매카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당신에게는 엄청난 유산이 있는데 그 유산에 주눅 들지 않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폴 매카트니의 답이 걸작이다.
"매카트니라는 스타로서도 그리고 '나'라는 입장에서도. 매카트니는 자기 이름을 딴 별도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대중적인 스타와 나를 분리할 필요가 있어요. … 스타로서의 업적에 대해서는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때로는 감격합니다. 하지만 집으로 가면서 '난 내 이름을 딴 행성도 있지'라고 하지는 않죠. 난 여전히 리버풀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 속의 평범한 스스로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일은 의외로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고 손쉽게 있는 것 같지만 정말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나? 개인의 생각과 관점은 오랜 시간 속에 삶이라는 담금질을 거쳐 만들어진다. '내가 이런 것을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구나'를 수 차례 반복한다.
폴 매카트니가 매카트니라는 스타와 스스로를 분리하여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의 본질적인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여겨진다. 본질적인 나 스스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고서야 그 다음 걸음이 단단할 수 있고 내게 뿌리내리는 의식이 건강하고 굳건할 수 있다.
이는 '나'에게만 통용되는 어떤 사실들에 관한 '나'의 확신을 말하는 것이며, 굳이 타인의 기준과 눈치에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은 개별적이다. 그렇기에 '나'라는 개별의 존재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 일관된 삶을 내딛는 것이 빠르고 복잡한 세상에서 중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분명한 것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으로 위배되는 일이 아니라면, 옳고 그름은 없고 특징과 관점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나도 종종 이를 잊기에 내 특징을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아쉬워하며, 타인의 특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짜증과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갈 길이 멀다.
그러니 줄곧 겪어온 일들로 나부터 깊이 이해하기로 재차 다짐한다. 읽고 쓰기를 계속하고 싶고,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두고 있고, 자꾸 입에 뭔가를 넣으려 하고, 기분과 충동에 꽤 자주 흔들리고, 언젠가는 사회의 취약한 자리들을 보듬어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고, 여전히 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고.
그냥,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내 삶의 태도는 일관의 힘으로 더욱 단단히 거듭나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살아 있는 전설, 폴 매카트니」, 『빅이슈 No. 37』, 빅이슈코리아, 2012.06. 의 인터뷰를 책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