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갈등 상황에서 나의 판단과 결론을 끝까지 이어가며 감정을 터뜨리기 전에, 몇몇 소통의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함을 여러 차례 느낀다. 문제가 있다면 감정을 빼거나 가라앉히고 그에 대한 해결책(행위든, 시간을 갖는 것이든)을 찾거나, 내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상대에게 물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거나 하는 단계이다.
모르지 않음에도 문득 눌러 참다가 가끔 감정적으로 터지려는 경우가 있다. 아직까지 사람 사이에서 실제로 폭발한 적은 없고, 부끄럽지만 무생물에게는 종종 신경질을 부리는 것도 같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소통이든 표출이든 모든 것이 자기 존중과 긍정에 기초해야 하는듯 싶다.
인간의 성장 과정이 모두 긍정적일 수도 없고 온전히 행복한 유년기란 꿈만 같은 일이다. 만약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경험 대부분이 존중받지 못했던 기억으로 꾸려졌다면, 건강한 감정의 표현이나 해소와는 불가피하게 멀어진 채 자랄 수밖에 없다. 내 마음의 정당성을 확신할 수 없으니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자기이해와 자기존중이 중요한 것이 이러한 맥락인 것 같다. 단순히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관계를 꾸리기 위한 자존이 필요하다.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에 '친구'가 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한 자기이해와 자기존중이 앞서지 못한다면, 맺어지는 모든 관계의 균형이 위태롭지 않을까.
한편으로 느슨한 유대의 힘을 재차 생각한다. 서로에게 큰 책임이 없어 마냥 응원할 수 있는 동시에, 긍정의 토양에 가꾸어지는 관계 속에서는 조금 부족한 나라도 기꺼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외로움이라는 사회적 질병에 맞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을 삶을 헤쳐가기 위해 자존 이야기는 앞으로도 종종 하게 될 것 같다. 영역이나 요소별로 자존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보고, 그 중요성을 되새기며 다시금 나만의 자존과 나의 꼴을 찾기 위함이다. 이제 무작정 내달리지는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