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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지몽 Oct 09. 2023

아내의 걸쳐진 다리

우리가족은 한 침대에서 아이와 잠을 잡니다.

제일 큰 침대를 샀지만, 아이가 이리뒹굴, 저리뒹굴 거리는 바람에 큰 침대는 항상 좁아지고, 저는 항상 침대의 끝에 걸쳐저서 잠을 청하고는 하지요. 그래서 매일 아침 일어나면 팔이 아픕니다. 그래도, 한 침대에서 아내와 아이와 같이 잘 수 있어서 늘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입니다.


그중에, 제 가슴이 뿌듯해 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아내의 다리가 제 다리 위로 올라오는 순간입니다. 평소에 다리가 잘 붓는 체질이라, 아내는 잘때 다리맡에 베게를 늘 올려놓고 자고는 하지요. 그런데 이제 우리식구 자자 하고 침대위에 올라가고, 아이가 자기싫어서 뒤척거리고 딴짓을 하다가 엄마한테 한바탕 혼이 나고, 아이가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와서 조용해 지면, 아내가 저의 다리에 자기 다리를 척 하고 올립니다.


이제 잘 수 있다는 안도감과, 오늘 하루 우리가 고생많이 했으니 이제 푹 쉬자는 메세지 같은 것이지요. 둘이 있을때는 꼭 껴앉고 잤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어서, 다리를 올리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내가 제 다리에 편하게 다리를 올려놓을 수 있게 한쪽 다리를 아내 쪽으로 조금 더 뻗어서 잡니다. 허리가 살짝 아프지만, 신혼때 팔을 내어주었듯이, 다리 한짝 내어 주는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욱신거리지만 저에게 큰 안도감과 뿌듯함을 줍니다.


아내는 조금 뒤 몸을 뒤척이더니, 준비해 두었던 베게로 다리를 옮기고, 저도 웅크린 자세로 바꾸어 깊은 잠을 청합니다. 말이 아닌 서로의 다리로 연결된 서로간의 토닥임이 깊은 잠으로 바뀌는 순간이지요. 이 순간이 진짜 우리 식구의 하루가 마무리 되는 순간입니다. 우리 식구 오늘도 너무 수고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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