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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지몽 Oct 13. 2023

3년만 참아줘요

" 우리 이 집에서 3년만 더 있다가 이사가자"


집에 물건은 많아진다. 아내가 혼신을 다해 버리고 비우고 재배치 하고 있지만, 여전히 포기하기 어렵고 버리기 힘든 물건들이 점점 많아진다. 우리 아들이라는 식구가 늘었고, 이녀석의 짐이 우리집 전체의 공간을 1/3 이상 차지하기 때문에, 우리의 첫 집은 점점 좁아만 간다. 작년부터 이사에 대한 희망은 있었지만, 모아놓은 돈도 없고, 집값은 로켓처럼 치솟아 있고, 나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불안정한 시기라서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갈수록 좁아지는 집을 바라보는 아내의 한숨과 나의 답답함이 점점 커저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은 어떻게 해 줄수가 없지만, 그래도 목표는 있어야 하고 언젠가는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아내에게 3년이란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고, 현실에 대한 수긍과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현명하게 찾는 아내는 오래된 가구를 들어내고, 곰팡이가 핀 구석 벽을 새로 도배하고, 곳곳을 테트리스 하는 일을 한참 진행중이다. 이와중에 정말 못된 나란 녀석은, 뭐 열심히는 하는데 오히려 집이 더 지저분해 진다며 아내를 타박하기에 이른다 ( 이 글을 쓰는동안 생각해보면, 나는 참 정내미 떨어지는 남편이다)


그 와중에 동생은 뒤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면서, 대전에 30평때 아파트를 계약한 모양이다. 신혼집이라 인테리어 비용도 많이 투자하고 들어가는 것 같다. 이런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아내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미 30평때, 넓은 아파트, 인테리어 라는건 본인의 삶에서 없었던 것이라, 심통이 나는게 느껴진다. 서울도 아닌 대전이잖아? 40넘어 결혼했는데 그정도는 하고 들어가야지? 우리는 서울에 살잖아? 3년있다가 너한테 큰 집 사주기로 했으니까 조금만 참아줄래? 라고 말하고 있지만, 왠지 내 마음이 편치 않다.


인터넷에 들어가 서울 40평대 아파트 를 검색해 본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는 여전히 20~30억을 호가한다. 왜 이놈의 지역을 검색결과로 보여준건지 혼자 부아가 치밀다가, 우리 동네 근처의 시세를 살펴본다. 아내가 여기 살면 좋겠다고 한 관악구 낙성대 현대아파트의 40평대 가격이 대략 9~10억 정도다. 10억은 커녕 빛이 1억이 조금 넘는 나의 상황에서, 아내에게 약속한 대로 3년 후에 큰 집을 사 줄수 있을까?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지금 새로 시작한 일이 정말 잘 되서 불길처럼 일어나면, 3년 후 10억이 어려운 것 같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반반의 이야기다. 사이드 잡으로 하는 강의를 조금 더 늘려야 할까? 제 3의 수입원을 찾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3년안에 아내에게 집을 사줄 수 있을까를 이리저리 궁리하고 있는 것이 요즘 나의 일과이다. 


여보 3년만 기다려줘. 어떻게든 해볼께. 열심히 해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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