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가 함께 하는 농악놀이 한마당
오늘은 일년동안 엄마 아빠 우리가족 모두가 함께 배운 농악을 자랑하는 대회가 있는 날이다. 일주일 2회 2시간씩 연습한 결과를 보상받는 날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바쁘게 준비해서 영광 스포디움 공연장에 갔다. 먼저 온 팀들은 벌써 옷을 입고 악기를 매고 연습중이다.
불갑농악대는 80대 할아버지부터 우리집 막내인 초등학생 2학년까지 세대를 넘어 화합을 맞춘 팀이다. 일등은 못해도 화합상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마지막 순서인 우리팀은 최선을 다했다. 아빠가 처음 상쇠를 맡았지만 제법 상쇠티가 나게 이끌어가며 대회를 무사히 마쳤다. 아이들은 긴 시간 농악 옷을 입고 있느라 힘들었는지 끝나자 마자 옷을 벗어던지며 환호성을 지른다. 함께 해주신 어른들은 아이들이 참여해 준것만으로도 기특해서 연신 칭찬이다.
저녁이 되어 대회 뒷풀이라고 식당으로 아이들을 초대했다. 아이들은 무슨 상을 받았는지 궁금해서 몇 번을 물었다. 총무님께서 화합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세대를 넘어 화합한 그 공로가 인정된 것이다. 남녀노소가 한 마음이 되어 이룬 성과다. 감사한 시간이었다.
농촌은 늙어가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집밖으로 나지 않은지 오래다. 동네마다 아이들이 꽉차있던 풍경도 사라졌다. 적막해진 농촌마을에 재잘재잘 아이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건 불갑 농악대에 우리 아이들이 입장하고부터라고 자부한다.
80세 어르신부터 우리집 막내인 초등학교 2학년 아이까지 참여하는 모임. 흔치 않은 조합이다. 요즘 세대 MZ세대니 뭐니 해가며 세대를 나뉘고 세대차이가 난다며 꼰대며 뭐며 해가며 함께 하는 것을 꺼려하는 시대 아닌가.
불갑 농악대는 이런 시대를 역행하듯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그야말로 농악 한마당을 이루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은 지역 어른들 사이에서 사랑받으며 인기도 짱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 힘든 농촌 어른들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만으로도 행복해 하신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자란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말한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들은 어른들 속에서 배우고 자라고 있다. 그 결과가 오늘 화합상으로 왔으니 모두가 기쁘고 감사할 일이다.
늙어가는 농촌에 희망을 주는 아이들이 있고 그 마을에 아이를 키워주는 어른이 계시니 농촌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역 공동체의 어울림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