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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옥 Oct 21. 2023

꼰대 엄마

협상만큼은 백점

     

“엄마는 우리가 학교가면 뭐하세요?”

학교 가기가 싫은 걸까? 엄마 혼자 심심할까봐 일까?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려던 초딩 딸이 뜬금없이 묻는다. 

“엄마는 니들이 학교가고 나면 잔다. 쿨쿨.”

“와! 부럽다. 나도 빨리 엄마 되고 싶다. 학교 안가도 되고.”

학교가기 싫어 엄마가 되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생각이 많아진다. 전업주부, 전업 엄마로 2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아직도 서툴고 힘에 부치는 직업이다. 공부에 진심이었지만 사정상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엄마가 듣는 “학교 가기 싫어요.”라는 말은 사치스러운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엄마는 과연 꼰대가 답인 것도 사실로 인정한다.

초딩, 중딩, 고딩에 대학까지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사는 엄마는 날마다 공부가 타령일 수밖에 없는데 그 소리를 매일 듣는 아이들은 싫겠지. 그래도 잔소리를 먹고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라도 후회가 덜 할거라는 꼰대같은 생각을 가진 엄마는 오늘도 거침없이 직진이다.

매일 학습지 푸는 것을 힘들어 하는 초딩 딸을 위해 엄마표 장학제도를 만들었다.

“00야, 학습지 백점 맞으면 과목당 장학금 천원 지급이다. 일주일에 이천원은 거뜬히 벌 수 있는데 해볼까?”

“엄마, 그럼 그 돈은 제가 맘대로 써도 되는 거예요?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먹을 수 있어요?”

역시 아직은 순진한 초딩 3학년 딸이 미끼를 물었다.

“물론이지. 00야. 그건 00가 열심히 공부해서 받는 장학금인데 맘대로 써야지.”

학습지라고 해봐야 한자릿수 혹은 두자릿수 더하기 빼기 푸는 것이고, 국어는 본문내용만 잘 읽으면 되는 아주 쉬운(?) 문제들이다. 공부습관을 기르기 위한 것이니 매일 분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주었다. 시작과 함께 매주 백점을 고수하는 딸은 용돈 이외의 수입이 생기면서 기세가 등등하다. 돈이란 얼마나 힘이 센가? 엄마의 잔소리를 이긴다.         

문제는 고학년이다. 공부에 흥미는 없으나 금전적 보상에 마음이 쏠린 딸은 고민이다. 동생이 받는 장학금에 심통이 난다.

“엄마, 저는 00보다 더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 조금 낮춰 주시면 안돼요? 수학이랑 국어가 훨씬 어렵잖아요.”    

백점을 받지 못한 딸, 과연 공부는 싫어해도 협상만큼은 백점이구나.

“00야, 너는 수학은 백점 가능할 것 같아. 건성으로 풀지 말고 집중해서 천천히 풀어봐. 선생님께서 그러시는데 다 아는 문제를 건성으로 풀어서 틀리는 거라고 하시더라.”

엄마도 순순히 양보할 수는 없다. 밀리기 시작하면 계속 밀고 들어오는 녀석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학 백점 맞으면 다시한번 생각해 보자. 일단 한번은 백점을 보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과연 딸은 그 주에 수학 백점이다.

엄마는 하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워 못했던 공부. 아이들은 할 수 있지만 하기 싫어서 안했던 공부였구나. 그러니 엄마는 얼마나 더 꼰대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고학년 딸은 어떤 때는 백점, 어떤 때는 아쉽게 한 개가 틀린다. 엄마의 마음도 아쉽다. 속으로는 기특하고 사랑스럽지만 그 감정을 살짝 눌러 놓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햐~~ 어쩌냐. 한 개가 틀렸네.”

울상이 된 딸, 희비가 엇갈리는 주말의 풍경이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에 진심일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은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엄마의 어린시절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면 공부하기 싫어서 많이도 반항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꼰대 엄마는 오늘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하자를 연신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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