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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옥 Oct 21. 2023

burnout, 다시 힘을 내야 해

“어머니, 자주 우십니까?”

burnout, 다시 힘을 내야 해.     

10년 전만 해도 정신과는 특별한 사람들이 다니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정신과병원에 다닌다고 하면 정신세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당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판단이 뭐가 중요한가. 하지만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그러지’ 쑥덕거리기 쉬운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엄마다.

몇해 전 놀랍게도 군 단위 시골에 정신과의원이 생겼다. 물론 내가 사는 이곳은 오래전부터 정신과병원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지금 생긴 의원과는 다르다. 정신병동을 같이 운영하는 곳이기에 늘 그런 사람들이 다니는 병원으로 알고 있었고 외진 곳에 있기에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읍내 3층 건물에 떡하니 [00정신의학과]라고 간판이 붙은 것이다. 처음 드는 생각은 저런 병원이 시골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였다.

이런 사고방식의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정신의학과 문을 두드리다니.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하는 절박함이 그곳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병원은 많은 사람들로 분주했다. 남편도 깜짝 놀랐다.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창구에 서류를 접수하고 기다리는 내내 불편했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움이 몸을 움츠리게 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진료실에 들어서는 순간, 엄마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오기를 잘했구나 느꼈다.

의사선생님께 아이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 하고 몇 번을 망설이다 왔노라고 하니 선생님께서는 정말 잘오셨다는 답으로 마음을 편안케 해 주셨다.

여러 가지 심리검사지가 아동용, 부모용으로 나와 숙제로 해 오라고 하셨고 일주일 후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집에 와서 검사지를 천천히 읽으며 정직하게 답을 적었다. 아이도 최대한 정직한 답을 적게 하고 남편도 신중하게 수능문제를 풀 듯 풀었다.

일주일 후 병원방문은 처음보다 가벼웠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담을 통해 문제를 천천히 해결해 보자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신뢰감이 생긴 덕이다.

아이에게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해 주셨지만 괜찮았다. 마음에서 회복의 믿음이 생긴 것이 긴장을 풀게 했음이다.

한달이 지났을 즈음 아이와 함께 병원에 방문한 엄마에게 선생님은 또다시 조심스럽게 말씀하신다.

“어머니, 자주 우십니까?”

‘아니 자주 우냐는 질문에 왜 눈물이 나는 거야’.

거의 들릴 듯 말 듯 대답했다.

“제가 아이들을 많이 키우잖아요. 선생님. 아이들이 잘 크기를 간절히 바라고 힘쓰고 애써도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겨 힘들어요.”

“어머니, 어머니의 지금 상태는 burnout입니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태라고 할수 있어요.”

아이 문제로 찾아온 병원에 엄마가 환자가 되어 버렸다.

“약을 처방하겠습니다. 드시는 건 어머니 자유지만 괜찮습니다. 이 약은 부작용도 없고 아주 좋은 약이에요. 어머니를 더 편안하게 해 주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네, 주세요. 저도 치료받고 아이도 치료받고 같이 좋아지고 싶습니다.”

과연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을 받아드렸을까? 하지만 정말 지친 엄마는 선생님의 말씀이 들렸다. 엄마가 먼저 힘을 내야 한다는.

아이를 위해서 엄마는 지치면 안된다.

남편에게 나도 환자가 되어 약을 먹게 되었다고 말했다. 남편의 위로는 늘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집에 돌아와 알약 하나를 삼키며 엄마는 엄마에게 말해 주었다. 다시 힘을 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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