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오신 손님을 맞는 아이들의 모습
손님이 오셨다. 먼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방문해 주신다니 엄마는 며칠 전부터 마음이 바쁘다. 아이들에게도 말해 놓았다.
“얘들아, 금요일에 서울에서 귀한 손님이 오셔.”
“서울에서요? 엄마 오빠에요? 친척이에요? 몇시에 오세요? 왜 오세요? 무슨 일 하세요?….”
귀한 손님이라는 말에 궁금증 폭발, 신상털기가 시작된다. 목마른 아이들에게 손님은 오아시스다. 간간히 방문하는 후원자들을 대하는 아이들의 마음이다.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어도 외롭다. 같이 북적대며 살아도 뚫린 마음 어디쯤 감정의 갈증은 어쩌지 못하는 것 같다.
“엄마가 사랑하는 오빠, 신문사 기자님, 교수님, 출판사 사장님.”
“와~~~ 진짜요. 교수님이 오세요? 우리집에요? 사장님은 돈 많겠네요?”
최선을 다해 설명해 주어도 기승전 돈으로 마무리 짓는 멋진 우리 막내다.
금요일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시간. 힘든 학교 생활을 마치고 악기연습까지 끝내고 나면 완전 자유다. 일주일의 긴장이 풀린 집안은 시끌벅적인데 거기에 손님이 오시니 오죽하랴.
소개가 시작된다.
“나는 성이 손이야, 손00.”
“성이 손이에요? 손씨도 있어요?”
“나는 전이야, 전00.”
“우리 엄마도 전이에요. 엄마 오빠에요? 친척이에요?”
“나는 출판사를 운영해.”
“그럼 돈 많겠네요?”
“나는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했어.”
책을 좋아하는 녀석이 큰 소리 자랑질.
“저는 책을 엄청 좋아해요.”
“맞아요. 오빠는 아는게 많아요.”
듣고 있는 아빠의 자식자랑 한몫. 아이들을 차례로 소개해 주었다. 남의 신상에 관심 폭발이던 아이들은 어디가고 수줍고 어색한 자기소개에 몸이 배배 꼬인다.
다음날이 되어도 아이들의 신상털기는 계속된다.
“그런데 교수님은 무슨 과목 가르쳐요?”
“어디 대학에 다녀요?”
“네이버에 이름 치면 나와요?”
듣고 있던 큰 녀석은 한술 더 뜬다.
“야, 그럼 교수님인데 나오지 안나오겠냐?”
난데없이 털리는 신상에 오신 손님 어쩌냐? 옆에 엄마는 안절부절 얼굴이 빨개진다. 고마운 교수님.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나눠주니 더없이 감사하다.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삼촌!”
신상파악이 끝남과 동시에 호칭은 삼촌이 되어 버렸다.
“삼촌, 우리 게임해요. 루미큐브해요.”
“그게 뭐야?”
갑자기 삼촌이 된 교수님 또다시 게임에 당황한 삼촌(?) 어찌할바를 모르는데 신이 난 아이들은 게임설명을 하느라 또 시끄럽다.
게임 설명이 끝나자 시작. 잠깐! 신나는 게임을 위해서는 반드시 내기가 들어가야 한다.
“삼촌. 진 사람이 치킨 쏘기에요.”
우리 아이들은 진정 도둑놈(?)들이구나. 이제 막 게임설명을 듣고 방법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는데 내기를 걸다니. 게다가 할아버지도 아니고 삼촌이라니.
“야, 너희들 너무한거 아냐? 게임방법도 제대로 모르신데 거기에 내기까지 걸면 어떻게?”라고 말하는 엄마도 속으로는 신난다.
“아니, 엄마, 제가 알려드릴거예요. 괜찮아요. 금방 할 수 있어요. 교수님이시잖아요.”
한통속이구나. 우리는.
첫판은 연습게임이라고 하고 시작했는데 옆에서 알려주는 딸 덕에 교수님 체면이 살았다. 이번엔 진짜 내기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얘들아, 내가 진걸로 하고 치킨 쏠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교수님은 안절부절이시다. 아이들에게 치킨을 쏘지 않으면 신상이 다 털리고 댓글 테러 당할 것 같다고 두려워(?)하시는 모습. 그새 삼촌이 되셨구나. 손수 치킨을 쏘신 멋진 교수님. 개구쟁이 아이들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