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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너덜한 하루

다 이겨도 사춘기 아들은 못이겨

by 전성옥


너덜너덜 해졌다. 며칠 전부터 사춘기 아들과의 전쟁에 패잔병이 된채 하루하루 상처난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들은 참 사랑스러웠다.

“엄마 최고야, 엄마면 돼, 엄마 어딨어? 엄마 빨리와, 엄마 나랑 놀자, 엄마 같이 자면 안돼?”

중학생이 된 아들은 서서히 달라졌다. 바쁜 엄마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일지도 모른다.

같이 있는 걸 싫어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방 문을 닫고 있을 때가 많아졌고 얼굴은 사춘기 여드름과 함께 표정도 달라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불만이 잔뜩 들어 있어 말 걸기도 어렵다.

결국 여드름 터지듯 곪은 감정이 터졌다.

“엄마가 뭔데 그래요. 진짜. 잔소리 좀 그만해. 지겨워 정말.”

이런 말을 들은 엄마의 마음은 너덜너덜.

그냥 두어야 하나, 같이 받아 치며 사춘기와 갱년기 대결을 해봐야 하나.

잠시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아무일도 없다. 구름도 예쁘고 햇살도, 바람도 살랑거리며 가을을 입히고 지나간다. 그저 엄마의 마음만 너덜너덜 한 채 숨도 못 쉬고 있다.

며칠이 지나도 엄마 마음은 그대로.

하지만 아들은 또 아무일 없다는 듯 평소의 무표정에 온몸에 불만을 품고 일상을 지나가고 있다.

엄마만 혼자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기워가며 갱년기의 한 지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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