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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 Jun 18. 2021

문래

야광별의 전성기는 끝났다

야광별의 전성기는 끝났다

기울 일만 남았다


아버지는 끊었던 담배를 사고

옥상 위에서 은단을 뿌렸다

별을 자아내는 사람처럼


성적표를 마지막으로 가져간 날이 떠올랐다

웃었을 것이다

다행이다

봉제선이 흐트러졌다


여러 해 전 먹은 생선 가시를 뽑으며

동생 방 천장의 별자리를 센다

오늘도 들어오지 않았다

몇 광년도 아닌

스무 해짜리 별들의 전성기

처분될 것이 많지 않다


아침마다 아버지와 문래역에 간다

지하철을 기다리고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며 실을 잣는다

찬 숨과 섞이는 실들

옆구리 봉제선 사이로 솜이 빠지는데

모른 척한다 기울 것이 없다


우리는 역들의 어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서로의 맥박만을 걱정한다


스무 해 산 집에서 이사가야 한다

야광별의 수명이 다했다



[문래 / 해일(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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