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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작가 Nov 12. 2021

자아를 찾아 떠나는 시간

#글쓰기

         



 나의 오래전 기억을 회상해 본다. 무슨 연유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는지 말이다. 자아실현을 결심한 지 3번째 겨울을 지나 4번째의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 그날이 떠오른다. 코끝을 쏘는 찬 바람이 내 공허한 마음을 더더욱 시리게 하던 내 고향 집 앞의 첫겨울을. 잃어버린 나를 찾으라는 마음의 외침을 들었던 그날. 나라는 존재는 잠시 묻어두고 앞만 보며 살아야 했던 너무나 바삐 살아온 30년, 나는 반드시 내 혈류를 따라 나를 잠식해 오던 내면의 그림자와 대면해야 했었다. 상처와 후회를 쏟아내고 비워내야만 했었다. 나를 찾아야만 했었다. 그 겨울밤 칠흑같이 어두운 구름 뒤에 숨어 천공(天空)을 빛내던 별 밭을 두 눈에 담으며, 마흔을 훌쩍 넘긴 나라는 사람을 만났고, 앞으로 10년 후의 나를 떠올려 보았다. 감히 시도해 보지 못하고 가슴에 묻었던 도전들을 하나씩 하나씩 곱씹으며 떠올려 보았다.     


      

 이 세상이 정한 기준에 순응하며 현실의 걸맞은 사람이 되려고 무던히 노력해 왔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자본주의 현실을 직시하려고 발버둥 치면서도 나는 결코 순수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그것이 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오랫동안 내재된 소용돌이에 귀 기울여 반드시 내 안의 외침을 글에 담아내고 싶었다. 그것이 사랑이나 분노이든, 열등감이 주는 모욕과 차별이 남긴 상대적 박탈감이든, 상처  숨어있는 내면아이까지, 그것들은 나의 것이고 그것 역시 내 삶의 일부라면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느꼈다.       



난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고
호르몬 변화에 따른 외형적 변화도 겪게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 여성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강한 사람이고 내 마음은 평온하다.
이것 역시 삶의 일부일 뿐이다"

앤젤리나 졸리



 나의 자아실현은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온전히 표현하는 창조적 작가가 되는 것이다. 창조적 작가는 어떠한 소재로도 새로운 글을 만들어 내야 하고, 자신을 막는 모든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써 내면의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승화할 수 있어야 하며, 세상의 모든 장벽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모순점마저도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글 쓰는 과정은 꽃을 피우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마음이라는 화단에 감정이라는 꽃씨를 뿌리면 글이라는 싹이 트고 책이라는 건강한 꽃으로 피어난다.

-글 쓰는 여자-


 

 나의 창조적 글쓰기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로 시작하였다. 서로 남이 되어 등을 돌리고 아니 만나는 사이가 되었을지라도,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편지글은 처음으로 민낯의 희열을 느끼는 작업이었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던 한때, 가슴 벅차오르는 모든 날의 감정을 손끝으로 전해 내려가는 순간은 성숙한 나로 이끌었다. 붙이지 못하는 편지라도 상관없다. 못다 한 말을 편지에 담아 고이 보관하는 방법은 상처받은 마음에 큰 위안이 될 것이다. 편지글은 마음에 가득 찬 미움과 분노를 비우고, 보다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였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글이 나의 집필의 방향성을 잡아 준 계기였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미숙한 편지글의 첫 시작이 글쓰기의 시발점이 되어 한 권, 두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생략).....     

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존재였더라.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었고,

다시 꿈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어.

함께 이야기하며 거닐던 밤길이 떠올라.

당신의 꽃 선물은 잊지 못할 거야.

당신을 주제로 첫 글을 띄울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해.

.....

타인을 용서할 줄 아는 사람, 타인을 미워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   

우리의 관계가 빛을 잃은 별처럼 소멸해 가더라도 그 운명을 받아들여야 함을 직시해.

2021년의 끝 가을 아름다운 추억을 내게 남긴 당신에게 감사해.

언제나 당신을 멀리서 응원할게

행복해.』     


<마음을 담은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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