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 전화를 걸었다. 7년여의 시간을 보낸 대학교 사무실에. 재학 시절 나를 가르쳤던 교수님 중 한 분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그 교수님은 명석하고 빈틈없으면서 학생들의 안위도 걱정하는 분으로 기억한다. 그런 그를 졸업 후 한 번도 찾아뵙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수년이 지난 지금 나는 취재를 핑계로 인사를, 인사를 핑계로 취재를 하고 싶어 연락처를 묻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대뜸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 조교를 맡고 있던 선배였다. 잘해줬던 사람이라 반가우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역시 연락을 하지 않던 사람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연락하는 일이 드문 나는 종종 이런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사람들에게 나는 거의 항상 미안하고 어색한 마음이 든다.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그런 걸 보면 나는 내심 그들이 반갑나 보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그간 소원했던 관계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선배는 나의 근황을 묻고 교수님의 번호를 알려줬다. 교수님과의 통화도 쉽지 않았다. 어색하고 죄송한 마음이 컸다. 불편한 마음을 덜기 위해 인사치레를 길게 했더니 교수님은 오히려 그런 겉치레를 마땅치 않아했다. 한때 제자였던 사람이 사회인이 되어서 겪는 입장을 이해하는 듯했다. 다 괜찮으니 용건을 말하라, 그러면 얼마든지 답변해 주겠다는 태도였다. 곧 준비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그의 낭랑한 목소리와 간단명료한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수년 전 좁은 강의실에 앉아 그의 강의를 듣던 학생이 되었다. 그날의 학생이 되어 그 간단명료한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할 새도 없이, 곧바로 사라질 그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