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빨강, 주황의 조화가 가득했던 길
올 해 가을 데이트에 꼭 가겠다고 결심했던, 그래서 매 주 은행나무가 얼마나 고운지 찾아봤던 길.
묘하게 낭만적인 느낌이 가득해서 그리도 좋아하는 기차를 타고 다다른 아산.
곡교천의 은행나무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날씨가 하도 재촉하는 바람에 빨리도 자신의 노란 잎들을 바닥으로 털어내버린 은행나무.
사람들의 관심이 좋은지 노란 잎들을 몸에 가득 굳게도 지키고 있던 은행나무.
개성 가득 자신만의 시간을 재창조하여 아직도 초록 잎을 지니고 있던 은행나무.
곡교천에는 은행나무만 있는 건 아니다.
나무 계단을 통통 걸어내려 가면 코스모스가 가득했을 너른 강변이 있다. 많진 않았지만 다채로운 색을 품은 채 곳곳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코스모스가 있었다. 오히려 꽃이 적어서 더 도드라지는 분위기를 찍어낼 수 있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예전에 뉴질랜드 와나카라는 곳에 여행을 갔을 때 호숫가에 덩그러니 놓인, 'thatwanakatree'라는 별명을 지닌 유명한 나무가 있었다. 유명한 게 어리둥절 하면서도 호기심을 못 참고 혼자 저벅저벅 걸어가서 사진을 찍었었다.
곡교천에서 이 나무와의 만남은 그 시간을 떠오르게 했다. 이 나무는 엄밀하고 신중하게 따져봐도 충분히 '그 아산나무'가 될 자격이 있다.
고독의 상징같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벌거벗은 가지가 예쁘게도 동그란 형태를 만든 나무가 강변에 하나 더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나무는 '이 아산나무'로 이름 붙여주기로 했다.
똑같이 강변에 우두커니 서 있는데 하나만 이름이 생기면 다른 나무는 속상할 것이다.
해를 등지고 서서 그림자로 찍는 사진이 나는 좋다.
실루엣이 사람의 표정을 묘하게 가려주면서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상상하게 만드는 재미도 좋고, 빛이 따뜻하게 번져가는 색감도 좋다.
마지막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구도.
"바라보기"
은행나무 가지가 내려앉은 천장에 노을진 하늘을 배경 삼아 울타리 벽에 기대어 서로를 바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