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이 그와 함께하게 될 마지막 순간이라는 걸.
내 졸업사진을 찍어주고,
같이 졸업사진을 찍었던 그 날이.
지금에 와서
'그 때도 함께 했더라면'
'그 말도 해줬더라면'
'그 연락도 했었더라면'
'그 이야기도 들려줬더라면'
'그때의 기록들을 지우지 않았더라면'
하고 웅얼거려도
나에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에게도 시간을 되돌아 걸어올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때로는 소름 끼칠 정도로 그의 부재가 현실로 다가올 때가 있다.
나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 그의 부재를 잘 느끼지 못 한다.
한국에 돌아갔을 때 현실로 맞아야 한다는 게 두렵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어느 순간에도 나와 가까운 누군가가 떠나갈 수도 있다는 아주 묘연한 불안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게 타의든 자의든 무엇이 되었건.
누가 날 떠나가는 그 어둠 같은 경험은 다시 하고 싶지 않다.
방글라데시에서 지내는 동안 가까웠던 친구 하나가 멀리 떠나갔다.
다시는 되돌아 오지 못하는 그 길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전 날까지 그 어떠한 느낌도 없었기에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진 그의 빈자리가 믿기지도, 믿고 싶지도 않았다.
막연하게 밀려오는 슬픔에 마지막을 같이 있어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이 겹쳐서 몇 날을 울면서 지냈었다.
졸업사진을 볼 때마다 -정확히는 그 아이가 웃는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진다.
사진을 다음으로 넘기지 못 한다. 클릭 한 번 누르지 못 한다.
마음 속 묵직한 응어리가 커지고 숨의 크기가 커지고 머리가 멍해진다.
가장 성실하고 밝았던 친구였는데
그런 식으로 떠나갈 거라고 단 한 번도 예상해본 적 없던 친구였는데
어느 날 뜬금없이 하늘 속 거품이 되어버렸다.
잡을 수도, 잡히지도 않는 거품이.
돌아가면 가장 먼저 찾아갈 녀석이지만
그게 그 아이와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없다는 게
그냥 오롯이 나 혼자 바라만 보고 올 수밖에 없다는 게
아직 나는 낯설다.
오늘도 졸업식날 사진을 보다가 나는 내 속의 응어리를 지나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