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깨달음 사이에서 가족을 위로하다
말 한마디의 힘 : 후회와 깨달음 사이에서 가족을 위로하다
오늘 글은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써도 시간만 갈 뿐 진행이 되지 않는다. 마음속 깊은 곳을 헤집어 진심을 꺼내려는데, 가장 중요한 단어가 입안에서 맴돌기만 할 뿐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내가 힘들 때, 혹은 누군가를 위로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대신 나를 힘들게 하고 억울하게 했던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한순간에 써 내려갔을 것이다. 그만큼 원망과 비난을 가득 안고 살아왔고, 대신 나와 상대를 위한 위로와 격려에는 인색했다는 사실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왜 칭찬과 위로에 그토록 인색한 구두쇠가 되었는지 슬퍼진다. 살아온 시간 동안 나 자신을 아껴주는 것보다 남을 탓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썼던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얼마 전, 아들과 며느리가 말다툼을 할 때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서로가 자신을 이해해 달라는 간절한 마음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고통을 알아주는 대신, 자신의 힘듦을 주장하는데 한치의 양보가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딸 둘에 40대 초 부부가 겪는 전형적인 문제들이었다. 아들은 직장 생활로, 며느리는 프리랜서로 막 일을 시작하며 불안정한 미래에 대비하며 분투하고 있는 상태였다. 집 대출금 , 남들처럼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 그리고 주변의 성공적인 모습과의 비교에서 오는 박탈감까지. 그 모든 무게가 어린 부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그 시절을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시어머가 말하는것은 그저 잔소리로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열심히 잘 살아보려 애쓰지만 어딘지 모르게 갇혀 있는 느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절망감이 드는 그 모습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의 그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생각이 나지 않고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솔직한 그들은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가끔 만나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가 아님으로 그들의 삶을 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야 더 이해 할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피하고 싶지 않고 그 자리에 그냥 있었다.
다음날, 죄송하다며 전화가 왔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좌불안석이었다. 불안한 마음과 안쓰러움에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막상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평소에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하지 않았기에, 정작 중요한 순간에 말문이 막히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수십 년간 익숙했던 비난과 원망의 언어는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으면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격려의 말은 이토록 낯설고 어색하다니. 마치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서툰 말이라도 건네야 한다는 의무감과 사랑으로, 나는 지금 준비하고 있다.
"그래, 너희들 생각이 맞다. 나도 너희 나이 때는 똑같이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살아보니까 내 생각에 오류가 있었고, 그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받고 힘들어했었구나 싶더라. 그러니 이제 조금은 상대방의 마음을, 그 짐을 이해해 보면 어떠겠니?"
이런 말을 해 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사실 이 말이 필요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이 스스로 대화를 통해 서로를 보듬어 안을 수 있기를.
위로받고 격려받아야 할 대상은 가장 먼저 가족인데, 쑥스럽고 뭔지 모를 어색함에 우리는 그동안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우리는 가족이니까" 하며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겠지! 각자의 간절한 바람일 뿐, 말하지 않으면 그 마음을 절대 모른다. 오히려 나는 위로한다고 하지만 도리어 잔소리로 느껴져 짜증 나고 듣고 싶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
가족은 거창한 해결책 대신, 그냥 믿어주면 되는데. "네가 최고다", "수고했어, 이만큼 해낸 것만으로도 대단해", "너니까 그렇게 할 수 있지, 아무나 그렇게 못한다" 그런 말 한마디면 족한데, 왜 그게 그렇게 힘들었는지! 살아보니 이런 사소하고 따뜻한 말들이 가장 후회스럽다.
이제라도 나는 '칭찬과 위로의 구두쇠'에서 벗어나,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시작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의 '부자'가 되려고 한다. 내 입술에서 나오는 말의 무게가, 누군가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아니라, 지친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작은 힘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