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ll Jun 28. 2023

아껴야 잘 산다

근검절약

이전 직장에서는 외국계 기업의 접착제품을 분석하여 비슷한 기능을 하는 제품 몇 가지를 자체 제작하여 중국으로 수출했다


첨가되는 원료 중에는 소량이었지만 일본 제품이 있었는데 어느 날 무슨 연유로 가격이 폭등했다


회사에서는 그 일본 제품을 대체할만한 저렴한 원료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중국의 꽌시 덕분에 십여 개가 넘는 중국 거래체에서는 꾸준히 회사 제품을 수입했다


하지만 사전에 협의나 현지 공장 실험 없이 사무실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실험실에서 접착 실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접착력이 강한 시편의 샘플 제품을 이전에 수출하던 제품인 것처럼 수출했다


결과는 암담했다


불만 접수, 교환, 환불... 난리가 아니었다고 했다


나는 그 사건이 일어난 후 입사해서 소위 말하는 설거지 혹은 뒤처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되었다


그러다가 국민학교 친구이자 재택근무를 즐겨하던 상사와 함께 중국 출장을 갔는데


그곳에서 수출이 중단된 옛 거래처 사장님의 아들을 만났다 나이가 우리와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다 돈이 많이 있지만 지방 출장이나 해외 출장을 갈 때 저렴한 숙소를 잡았고 저가 비행기를 탔다


그로 인한 영향을 받았는지 어느 겨울날 나의 상사는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에 미끄럼 방지 스티커를 정말 소심하게 붙여 놓았다


눈이 많이 온 날, 내가 직원들이 넘어질까 봐 부직포를 계단에 깔아놓았는데 하필이면 사장님이 그 부직포를 밟고 넘어져서 손과 팔을 다쳤기 때문이다


공장이 오래되어 바닥이 지저분했는데 그 친구의 사촌형이자 국내영업 담당이 계단부터 사무실 바닥을 모두 무슨 우레탄 페인트로 칠해버리는 바람에 더욱 미끄러웠다


어쨌든 중국 수출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거래가 끊어진 업체들을 다시 방문하려고 노력했는데 보통 방문 선물로 홍삼차나 건강식품을 전달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한류가 불면서 남녀 할 거 없이 미용에 관심을 보이면서 마스크팩 선물이 인기가 좋았다


보통 10장을 한 묶어서 1팩으로 거래처 한 곳에 사장님에게 1팩, 담당직원에게 1팩... 이런 식으로 선물을 전달했는데


근검절약 정신이 투철했던 나의 상사는 어쩌다가 한 번 같이 중국 출장을 갈 때면, 그 마스크팩을 3~4장씩 꺼내서 전달했다


함께 다니면서 이중통역을 하며 중국 영업을 도왔던 한족 친구도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작가의 이전글 중고 구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