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해님의 대안학교에서 농사를 마무리하는 탈곡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겸사겸사 이만저만해서 작년부터 탈곡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올해가 두 번째입니다.
오전에는 딸과 아들을 보면서 중간중간에 작은 심부름 정도만 하고 오후에는 농기계 하나를 맡아서 기계적으로 단순한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다시 한번 느꼈지만 농사는 쉽지 않습니다. 농부들의 피와 땀에 감사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작업은 오후 3시 30분 정도에 마무리가 되었고,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은 한 자리에 모여서 참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오후 5시가 되어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미 녹초가 된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짜장면과 짬뽕과 탕수육을 주문했습니다. 딸은 저처럼 계속 흘리면서 먹고 아들은 젓가락질이 아직 서툴러서 손으로 먹고 안해님은 식탁에 음식물 잔해와 소스가 묻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저는 그냥 조용히 빨리 먹고 식탁에서 사라졌습니다. 똑같은 레퍼토리로 매번 싸우고 누군가 울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씻고 잠자리에 드는 것에서 잠시나 해방되고 싶었습니다.
그나저나 안해님은 저보고 탕수육을 먹을 만큼 떠서 소스를 부어먹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찍어 먹는 스타일인데 말입니다. 나는 '찍먹이야'라고 말하고 부어 먹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안해님은 평소 소스를 먹지 않았는데 어제는 웬일로 조금씩 홀짝홀짝 탕수육 끄트머리에 소스를 발라 먹었습니다.
결혼기념12번째 날에 안해님이 좋아하는 와인이 무스카토인 것을 알게 되었고 옆지기가 부먹이 아니라 찍먹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