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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녹록지 않아요

생존

by 정현철

딸의 어린이집 졸업식 기념으로 부모님들이 황금거위 동화를 연극으로 준비했습니다. 달 전부터 대본을 외우고 졸업식 당일 근처 커피숍에서 리허설을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가까운 무인카페에서 모이려고 했지만 그곳은 장소가 협소해서 대본 리딩 정도만 가능하고 동선이나 액션이 나올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약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또 다른 무인카페를 안해님이 찾아서 그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무인카페는 제가 중고등부 시절을 보낸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인카페였습니다.


행여나 아는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촉이 왔습니다. 자리를 잡고 연습을 시작하려는데, 낯이 익은 남자분이 들어왔습니다. 20여년이 지났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인사를 했고, 그분은 처음에는 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제가 친구들과 형들의 이름을 말하고 제 소개를 하자 알아보고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 형님은 교회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기까지 본인은 반대하다가 마지막에는 어쩔 수 없이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자동차 경정비를 하러 가는 왕성카센터에서 사장님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동네 놀이터에서 다른 형님을 만나서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종교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33% 정도의 성도만 남고 66% 정도의 성도들은 다른 교회로 이동했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중소기업에서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에 있는 중고등학교 영어교사가 되기 위해 종교법인이 운영하는 청심중학교에 지원했습니다. 그때 지원을 할까 말까 굉장히 고민했는데 부모님께서는 종교는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합격부터 하고 고민하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총신대학교 졸업이라 그런지 아니면 실력이 부족했는지 서류전형에서 불합격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 줄어드는 한국인 인구... 환경오염... 복잡한 세계정세... 수많은 사건사고들...


동화 황금거위 셋째 아들처럼 착하고 여유롭게 마음을 좋게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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