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톰테와 소녀
핀란드 동화 **"숲의 톰테와 여우"**를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각색 버전입니다. 톰테는 노년의 경비원으로, 여우는 도시 빈민가에 사는 소녀로 설정해 보았습니다.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감성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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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톰테와 소녀
서울 외곽,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야경은 조용하고 어두웠다. 새로 지은 화려한 주상복합 건물들 사이, 몇 채 남은 낡은 아파트는 시간에 뒤처진 듯했다.
이곳에는 오경배라는 이름의 노년 경비원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그냥 "경비 아저씨"라고 불렀지만, 그는 누구보다 이곳을 아끼고 살뜰히 돌보는 도시의 톰테였다. 밤마다 아파트 단지를 순찰하고, 쓰레기를 대신 치우며,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단지 안 마트 뒤편에서 수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경배는 조용히 다가가 보았고, 그곳에는 찢어진 후드티에 운동화를 신은 열다섯 살쯤 된 소녀가 굶주린 눈으로 도시락을 훔쳐먹고 있었다.
“도둑질은 나쁜 짓이야.” 경배가 낮고 조용하게 말했다.
소녀는 놀라 달아나려 했지만, 다리에는 멍이 들고 있었다. 경배는 도망치는 대신 조용히 도시락 하나를 꺼내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다음엔 말하고 와. 배고픈 건 죄가 아니니까.”
그날 이후, 소녀는 매일 밤 몰래 경배를 찾아왔다. 그는 그녀를 **‘여우’**라고 불렀다. 늘 조용하고 민첩했지만, 눈빛은 배고픔과 외로움으로 얼룩져 있었으니까.
경배는 아파트 경비실 한편에 따뜻한 국 한 그릇, 빵 하나를 남겨두었다. 그리고 대신 그녀에게 부탁했다.
“이 단지에 낯선 사람 오면 알려줘. 고양이 사료도 같이 주고. 우리 서로 지켜주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 그녀는 이 아파트를 조용히 돌며 경비를 도왔고, 경배는 그녀에게 하루 한 끼의 따뜻함을 내어주었다.
한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무렵, 경배는 병원으로 실려갔다. 더 이상 아파트를 지킬 수 없게 되었을 때, 아파트 주민들은 이상한 걸 느꼈다.
경비 아저씨 대신 매일 쓰레기를 정리하고, 고양이 사료를 주며, 밤마다 순찰하는 소녀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경비실 앞엔 손글씨로 쓴 쪽지가 붙어 있었다.
> “이곳엔 아직 톰테가 있어요. 그냥 조금 작고, 조금 젊은 톰테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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