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할머니들이 뽀글 머리를 하는 이유
할머니는 여전히 여자이고 싶다.
할머니는 셀프 염색을 한다.
뒷머리는 혼자 염색약을 바르기 어렵기 때문에 항상 내가 도와준다.
할머니의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물었다.
“근데 할머니는 왜 맨날 파마하고 염색해?”
“안 하면 없어 보여~ 이상하고 나이 들어 보이잖아”
80대가 되어도 흰머리는 절대 싫단다.
백금발로 탈색한 아이돌을 볼 때마다
나이 들면 저절로 하얗게 될 텐데
왜 젊어서부터 흰머리를 하냐면서 이해를 못 한다.
나이가 들어도 예뻐 보이고 싶고,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여전히 파운데이션도 바르고 입술도 바른다.
나이가 들면 여자들도 머리숱이 가늘어지고, 많이 없어진다.
그런데 머리가 치렁치렁 길면 외적으로 지저분해 보이고, 머리가 더 없어 보이는 것이다.
세월의 야속함이겠지만 파마를 하면 머리가 풍성해 보이니,
파마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다.
할머니들의 노하우인 셈이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예쁜 것을 좋아하고,
예쁜 장소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아, 할아버지는 예외이다.
할머니와는 다르게 예쁘고 맛있는 것보다 그냥 모자란 것 없는 한식당을 좋아한다..)
예전에 T.G.I.F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했어서,
직원 할인을 받을 겸 할머니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예쁜 디자인과 조명 속에서 맛있는 파스타를 먹는 할머니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할머니라고 해서 한식당만 좋아하는 게 절대 아니다.
노인들은 그런 식당의 존재 자체를 몰라서 못 먹는 거지,
데려가면 정말 좋아한다.
네 번째 情(정)
예쁘게 꾸미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할머니들과 함께
홍삼, 영양제 등의 선물과 한식당을 가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이제 이 글을 읽었다면 할머니와 함께
예쁜 브로치, 꽃, 패밀리 레스토랑, 초밥집 등의 새로운 도전을 함께 해보면 좋겠다.
(물론 소화력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느글거리다며 싫어할 수 있지만, 분위기 자체는 분명 좋아할 것이다.
네 번째 情(정)
할머니는 여전히 여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