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할머니는 알고도 보이스피싱에 당했다.
“은행 좀 갔다 올게.”
“은행 좀 갔다 올게.”
모바일 은행이나 ATM 사용이 서툰 할머니는 늘 은행에 간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 날도 은행에 간다며 분주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누구랑 통화를 하다가 급하게 은행에 가는 상황이었다.
이상했던 것은 가방에 핸드폰을 반 꺼낸 채로 나간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해서 물어봤다.
“어디가?”
“….”
“어디 가냐니까?”
“….”
“어디 가는데!!!”
“은행 좀 갔다 올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땐 내가 중학생 때였나?
보이스피싱에 관련된 통화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전화를 못 끊게 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였다.
그렇게 할머니는 보이스피싱범의 통화를 끊지 못한 채
은행으로 나갔다.
할머니도 이게 보이스피싱이란 걸 분명 알고 있었다.
대체 할머니한테 뭐라고 말한 진 모르겠지만
통장을 챙겨 은행으로 나갔다.
할머니는 그렇게 은행으로 가는 길에
어찌어찌 할아버지한테 그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마음이 급해지니 경찰을 부를 생각이 안 났다고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도 경찰에 전화를 하지 않고 파출소까지 달려갔다고 한다.
급박한 상황에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됐던 것이다.
보이스피싱범은 할머니가 은행에 다 왔단 사실에 얼마나 신났을까?
다시 생각해도 짜증이 난다.
아무튼 다행히 은행 직원도 보이스피싱이란 것을 바로 눈치채서
금전적인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보이스피싱범을 잡진 못했다.
경찰들은 왜 전화를 안 하고 직접 오셨냐고 물었단다.
노인들은 이렇게나 보이스피싱에 취약하다.
알면서도 겁이 나고 놀라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이 날만 생각하면, 집에 할머니와 같이 있던 내가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라며
가끔은 자책하곤 한다.
할머니도 손에 땀이 나게 긴장했던 이 날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지,
이제는 그 어떤 스팸 전화가 와도 됐다면서 바로 끊는다.
하나의 예방주사였던 셈이다.
다섯 번째 情(정)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보이스피싱에 관련된 교육을 해드려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전화를 걸 거고,
전화를 끊지 못하게 유도한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직접 보여주며
이럴 땐 바로 전화를 끊거나 경찰을 부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실제 상황에 닥치면 당황하기 때문이다.
젊었던 나도 인지를 못했으니..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생각보다
광고, 스팸 전화가 꽤 많이 온다.
잠시 시간을 내어, 스팸 차단 어플을 깔아드리는 것도 좋다.
요즘엔 스팸 전화가 오면 전화벨이 울림과 동시에
“스팸 신고된 전화입니다”라고 말해주는 기능도 있다.
다섯 번째 情(정)
예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