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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Jan 11. 2016

#5. 참말과 거짓말의 경계? 그야말로 얇디 얇다!

다가오는 선거철, 그래서 더더욱 속지 말아요 우리 

속았다 또!

네, 거짓말에 우린 숱하게 속죠.

효과가 확실히 입증됐다는 화장품 광고에, 오늘은 일찍 들어오겠다는 배우자의 말에

나를 찍으면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후보자의 말에.


오늘은 말, 그 중에서도 거짓말,

그리고 거짓말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사진인 경우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정치인이 등장하는 뉴스에서


사진이란 뭘 하다 찍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진 찍히려고 뭘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많습니다.


참말을 하는 사진, 전자는 괜찮아요.


보이는 대로 보면 됩니다.

김정은의 2016년 신년사 장면. 새해에는 전속 미용사를 교체할 것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연출된 사진. 여기서부터 슬슬 복잡해지는데.


1. 재연 수준의 연출. 포즈를 취하는 정도의 연출.

행사장에 있다 보면 주인공이 취재진의 요청에 종종 응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다시 한 번 해 주십시오. 자리 좀 바꿔볼게요. 이쪽을 봐 주십시오. "

그런 식으로 탄생한 사진들도 기사에서 많이 볼 수 있어요.

나쁘지 않아요. 별다른 숨은 의도는 없으니까.

'좋은 그림' 얻으려고 그랬겠지 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용기 내부를 공개했다는데, 사진가가 비행기 문을 열고들어가 우연히 대화 중인 둘을 찍었을 리는 거의 없다. 포즈와 구도가 연출되었을 가능성에 아들의 장난감 비행기를 몽땅 걸겠다.



2. 후자를 전자처럼, 즉 연출된 것인데 날 것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조작 혹은 조작에 가까운 연출. 두말할 것 없는 나쁜 사진입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북 정권의 사진 조작 사건들.위부터 2015년 4월, 2014년 1월


또 하나.

결국 일반 조문객으로 밝혀져 '조문객이 조문객을 위로한 사진'이 되어 버린 화제의 사진. 초기에 유족을 위로하는 모습으로 보도되어 조작이냐 아니냐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바로 위 사건은 착오에 의한 해프닝으로 결론 나, 사건 초기에 섭외 연출 의혹을 보도했던 매체에게 정정보도를 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난 바 있습니다(2015.4 2). 당시 이 사건에 집중된 관심은 고의적으로 연출된 사진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죠.

특정 세력이 이득을 볼 목적으로 '만들어 낸' 사진에는 거짓에 속는 수많은 사람이 생깁니다. 엄연한 부당이득이자 속임수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는 것.



3. 어려운 지점입니다. 오늘의 주제이기도 하고요.

애매한 사진들이 있어요. 엄연한 현장 사진인데 괜히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사진들.


 

여야가 따로 없죠. 정치인이라면 거의 누구나 하는 일, 바로 정치인의 봉사 사진입니다.

사진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소탈하고, 겸손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진은 우리에게 날 좀 더 괜찮은 사람, 인간적인 사람으로 보아 달라고 설득하지요.

그래서 이런 사진은 옳지 않아...라고 하기엔


저부터 찔리는 구석이 많군요.


그래요.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합니다.


호텔에서의 호사스런 식사, 우연히 만나는 유명인과의 인증샷. 넘쳐나는 sns의  과시성 사진들!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지만 그럴 수록 사진을 더 잘 찍어 남겨야 합니다.

이렇게 더 근사한 나로 보이도록 사진을 통해 나를 포장하는  정치인의 봉사활동 사진은

그래요, 같은 맥락 아닐까. 우리들도 별 뜻 없이 종종 합니다.

다만 방향성이 다를 뿐이죠. 화려해 보이고자 하는 우리와, 소탈해 보이고자 하는 그들이.



허나...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차원에서 인정하기엔 이 둘은 진정 같을 수는 없습니다.

평범한 우리들과 그들이 갖는 파급력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게다가 우린, 가끔 정말 실망스런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 연말 연탄 봉사에 나선 날 흑인 유학생에게 연탄색과 얼굴색이 같다 했던 말 실수로, 봉사로 덕 좀 보기는커녕 커다란 이미지 타격만!



목욕 봉사 장면을 찍기 위해 장애인을 알몸으로 뉘어 카메라 앞에 위치시키는 이런 발상은 대체 어떻게 하면 나올 수 있는 걸까?취재진을 위해 아예 떼어내고 없는 샤워실 문짝을 보라!

너무 센 예를 들었나요? 그렇다면 다소 흔한 이런 사진도 있습니다.


모 까페에 올라온 정치인 비판 글. 2011년 게시물인데 죄송하게도 당사자를 못 찾겠다. 알려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이러니 어찌 곧이곧대로만 볼 수 있겠습니까.




스피치에서 '진정성'이란 단번에 와 닿기도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꾸준히 한 방향을 가리킬 때,

그의 말과 행동이 같은 뜻을 나타내고 있을 때야 비로소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 분들의 퍼포먼스가 일상화된다면 좋겠습니다.

연출용 행사라면 어때요, 만약 원내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다면 참모진이라도 독려해 꾸준히, 틈틈이 참여해 보십시오.

대상 기관에서 사전 준비에 힘 빼게 하지 마시고 이왕이면 불쑥 방문해서 서프라이즈도 해 주십시오.

그놈의 퍼포먼스. 선거 때나 연말에만 말고, 365일 한다해도 누가 뭐라 안 합니다.


'의원님을 어떡해요. 너무 봉사에 신경을 많이 쓰느라 입법 활동에 지장이 있을까봐 걱정됩니다.'

이런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분이 있다면, 맹세컨대 저는 그 분께 투표할 겁니다.


작은 목소리가 저 너머로 부디 가서 닿기를 바라며

이만 마무리합니다.

남은 하루 많이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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