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날들
과시는 결핍의 또 다른 이름 이랬던가.
과장 없이 담백한 사실만 전했으면 좋겠다.
현재에 충만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여름이 한 발씩 멀어진다.
꽤 도톰한 이불을 찾게 되는 아침과 밤,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들.
아주 잠깐만 느낄 수 있는 계절과 계절 사이
약 30년을 생산자로 살아온 아빠.
그래서 마르쉐에 꼭 데려가고 싶었다.
생김새보다는 고유의 특징을 지키려 노력한 작물들.
덜 매끄럽지만 생명력이 담긴 채소, 과일, 곡식들.
이를 요리하는 사람들의 손끝과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나누고 싶었다.
(변수가 있긴 했지만) 그 소원을 이뤄 좋았던 날.
청첩장 받는 사이가 될 줄은 몰랐는데-
그 애가 있는 게 당연하다 여겼던 자리에
정신 차려보니 내가 있고,
한 때 그렇게 붙어 다녔으나
이제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사람의 안부를
너의 입을 통해 듣는다.
쉽게 인연을 맺지 말자 다짐해보지만
이렇게나 변수가 많은 것을
스스로의 시장성을 확인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썩 유쾌하지 않군
‘모든 건 선택의 문제지’
라는 말을 방패 삼아 피한 일들이 많았다
‘저마다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으니까’
라는 핑계를 대며 도망친 시간이 길었다
가지고 싶으면 가지면 되고
변하고 싶으면 변하면 된다.
“마음이 달라졌어” 한 마디면
선택과 취향이 바뀌어도 얼마든지 괜찮다
누구에게나 필사적으로 지키고 싶은
비밀 하나쯤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