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났던 너에게

이제는 아프지마

by 일훈이

네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어.
저녁 일곱 시 반 미팅을 남겨두고 미친 듯 전화를 할 때였던 것 같아.

아니길 바랐어.
팬은 아니지만 종종 노래방에서 너의 노래를 부르며 감정을 터뜨리곤 했던 나이기에,
데뷔 때부터 너를 좋아했던 언니를 둔 나이기에,
무엇보다 너와 동갑내기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나이기에,

중태라는 단어에 담긴 가능성을 잡고 싶었어.

그런데 결국 네가 떠났대.




너와의 이별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아파하는 걸 보았어.
너를 사랑하는 가족들, 팬들, 너와 함께한 동료들, 너의 빛나는 무대를 함께 꾸며준 사람들.

깊이 관여되어 있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까지도.


늦은 새벽 자는 가족을 깨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냐고 물었댔지.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우리가 친구였으면, 한 번쯤 만나봤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어.


그건 아마 나 역시 한 번에 느끼는 감정의 크기가 큰 사람이기 때문일 거야.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며 가장 많이 받은 피드백 중 하나가
'너무 예민해서 그래'인 나에게,
섬세한 너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너는 모르겠지.
그 위로의 절반만이라도 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넋을 놓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우산도 잃어버렸어.

눈이 많이 오던 날 네가 떠났으니, 가는 길에 쓰고 갔으면 좋겠다 싶었어.




여기저기서 많은 말들이 들려왔어.
평소 네 성격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는 사람들,
마음속에 우울감을 갖고 살아간다는 너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연들.

그 속에서 너를 생각하다 전날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어.

우습지 참.
네가 떠난 게 마음 아팠는데 그 와중에 잠은 오더라.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너의 작별인사를 보았어.
많이 외로웠겠다 싶었어.
그 안에 담긴 깊이나 크기는 따지고 싶지 않았어.
내가 어찌 감히 헤아릴 수 있겠니.



네 선에서는 큰 용기를 내어 찾아간 것일 텐데 -
괜찮은 위로를 받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

지난 일요일 나도 같은 경험을 했어서
많이 여리고 섬세한 네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허망했을지 알 것 같아 속상했어.



무엇보다 모든 게 너의 탓이라 되뇌었다던 사실이 가장 걸렸어.

참 많이 외로웠겠다 싶어서, 고독했겠다 싶어서 마음이 쓰였어.



눈을 떴는데 유독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었어.
종일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삶은 계속되더라.
억지로 몸을 일으켜 머리를 감고 언니 방에 들어갔는데 네가 보였어.
핑크빛 머리에 기하학적인 수트를 입고 있는 너의 사진이 늘 걸려 있거든.
연예인에 열광해 본 적 없는 나여도 그 반짝이는 사진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문득, 얼마나 버거웠을까 싶었어.


그렇게 좋아하는 일이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너를 보여주느라,
너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에 고마움을 표하지도, 해명하지도 못해서 많이 답답했겠다 싶었어.

원래 가장 반짝이는 것 뒤에 가장 무덥고 고달픈 것들이 가려져 있는 법이잖아.



늘 보던 사진이 유독 생경한 아침이었어.


-


잘 아는 이는 아니지만 유독 마음이 쓰여 출근길에 몇 자 끄적여봐.


그곳에선 편안했으면 좋겠어.
너를 이해하는 누군가를 만나 맘껏 웃고 맘껏 노래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냥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시간이 흐르면 나는 나이를 먹고 너는 지금 이 나이에 머무르겠지.

우리가 아직 동갑내기 일 때 몇 자 끄적여봐.
너의 목소리를 통해 큰 위안을 얻었던 사람으로서, 많이 고마웠어.

수고했고 고생 많았어.
이젠 푹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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