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선배들에게 묻다
이제 곧 딩크 10년이 된다.
진심으로 마음이 흔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40대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왜 이제 와서야.
35세 이전의 자연 임신 가능 비율, 굳이 정확한 숫자를 따질 필요 없을 정도로 높고 아름다운 수치이다.
소위 고령 산모라고 불리는 35세부터 40세까지 주기당 자연 임신 가능 비율, 20%.
40세 이상의 자연 임신 가능 비율, 5%.
5%라... 가능성이야 존재하긴 하지만, 거의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임신에서 실제로 안전하게 출산까지 이르는 퍼센트는 더 낮은 숫자이다.
꼭 자연 임신이 아니라 시험관을 하더라도, 자연 임신보다 더 높긴 하지만 나이에 따라서 그 확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일 년 일 년, 한 달 한 달, 무서울 정도로 확률이 급감하는 것을.
겨우 몇 명의 친구들이 20대 중. 후반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고,
대개의 친구들이 30대 중반에 아이를 낳았으며,
20대에 결혼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친구들이 38, 39에 결혼해서 40에 아이를 낳았다.
40에 아이를 낳은 친구들의 절반은 시험관을 통해서 아이를 낳았다.
또 시험관을 통해 낳은 친구의 절반은 쌍둥이를 낳았다.
임신, 출산, 난임, 인공수정, 시험관 등등...
40에 시험관으로 쌍둥이를 낳은 걸 본 후로, 더 이상의 출산 관련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 40이 되었을 때, 어떤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10년에 가까운 딩크 생활에서 겪었던 주변의 오지랖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구나 했던 것이다.
내가 나를 배신하기 전까진 말이다.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
어떻게 그 마음이 변하니.
무려 10살부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녀를 갖고 싶지 않았는데.
내 마음이 왜 다른 방향을 응시했는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나조차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아 보고자 나는 육아의 초보에서부터 고수에 이르기까지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변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이를 낳고 키워 보니 어때?"
"이미 육아의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네가 자녀가 있는 삶과 없는 삶 중에서 선택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거 같아?"
나의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를 듣고 친구들이 한 가장 많은 대답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조언이었다.
우선 난임 병원 가서 산전검사부터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아니라고 하면 이미 가능성이 없으니 더 마음이 커지기 전에 접을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한 친구는 거기에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심했는데, 안 되면 상심이 너무 클 것 같아."
그것 또한 맞는 말이었다.
내가 내 나이를 떠올리는 순간 이 모든 고민이 하등 가치 없게 느껴졌던 것처럼, 실제로 괜히 원하는 마음만 커져봤자 상처만 받을 확률이 큰 상황이었다.
나는 그렇게 결심을 내리기 전, 우선 난임 병원으로 향했다.
산부인과 진료야 많이 받아 보았지만, 난임 병원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방문했던 일반적인 산부인과와 확연하게 다르다고 느낀 점은, 난임 병원에는 유독 부부가 많았다.
남편도 가끔 내가 산부인과 진료를 볼 때 동행하곤 했으나, 대개 산부인과는 여성들이 많고 드문드문 커플이 있는 편이다.
물론 임산부인 경우에는 남편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으나, 난임 병원은 묘하게 조용하고 숙연한 분위기의 부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차분한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었다.
진료를 기다리면서, 계속 머리도 마음도 복잡해서 침울했다.
이게 맞는지부터 시작해서 젊었던 30대를 다 보내버리고 다 늦게 뭐 하는 짓인지까지.
왜 이제 와서 흔들리는 것인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진료를 예약하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 각종 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을 진행했다.
초음파 상으로 특이점이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우선 검사 결과를 보자고 하셨다.
후딱 지나간 일주일 가량의 시간.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다.
"다행히 수치는 실제 나이 보다 4살 정도 낮은 나이로 나오고 , 결과만 보자면 자연 임신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래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마음만 확고하시다면, 자연 임신을 시도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빨리 시험관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는 검사 결과를 들고 다른 산부인과도 찾아갔다.
난임 병원이 아닌 일반 산부인과여서 그런지 그 선생님은 조금 더 허들이 낮은 답변을 주셨다.
"우선 자연임신부터 시도하시죠. 약부터 쓰는 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산전 검사 결과는 내게 더 큰 혼란을 불러왔다.
어쩌면 5% 이하일지도 모를 가능성과.
아니면 당장 난임 시술을 준비하는 가능성과.
혹은 흔들린 마음에 기대어 기대를 품고 모든 것에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마음 아파할 가능성과.
그 모든 가능성들을 뚫고 아이를 품에 안게 되는 가능성과.
아니면 그저 무섭도록 흔들린 마음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아무런 시도 없이 그대로 살아갈 가능성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모든 가정들이 또다시 나를 덮쳐왔다.
검사 결과를 듣고 다시 육아 선배인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들의 답은 이전과 비슷했다.
아무 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아이를 낳는 것에 찬성한 지인은 둘이었다.
"무조건 yes. yes. 무조건 강력 추천!"
그 어떤 조건도, 다른 단서도 없었다.
낳을 수만 있다면 무조건 낳으라며 내 마음을 더 흔들었다.
그 외 대다수의 지인들은 자녀를 낳는 것에 매우 긍정적이지만, 약간의 조건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많이는 아니어도 아주 조금쯤은 안정된 상황."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수 있는 상황."
두 가지 상황이 괜찮다면, 자녀를 낳는 것에 적극 찬성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주 극소수의 지인은.
"지금 와서 선택하라고 한다면, 자녀가 없는 것도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라고 말한 친구가 있었고.
"똑똑한 척은 다 해놓고, 난 정말 헛똑똑이였다. 선택할 수 있다면 애초에 결혼부터 하지 않았을거다. 애 때문에 산다."라며 비관적으로 답변한 지인이 한 명 있었다.
꼭 육아의 문제가 아니라, 육아는 결혼생활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한 걸로 보였다.
평소에도 결혼 생활에 우울해했기 때문에, 어떤 마음에서 나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산전 검사 결과 A형, B형 간염 항체는 있다고 나왔고, 풍진은 항체가 없어 접종을 해야 한다고 했다.
풍진 예방 접종을 맞으면서도 이것이 맞는 길인지 확신은 들지 않았다.
다만 풍진 접종 후 최소 한 달간은 어떤 것도 시도해서는 안 된다.
그런 연유로 앞으로 내게는 좋으나 싫으나 한 달간의 유예가 생긴 셈이었다.
한 달 동안 차분하게 생각해 볼 요량이다.
단지 지인들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낳든 낳지 않든, 혹은 못 낳든.
인생은 계속될 것이다.
어떤 결과나 상황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될 것이고, 또 어떻게든 살아나갈 것이다.